오후 늦게 큐켄호프에서 출발해 저녁이 다 되어 암스테르담에 돌아왔다. 숙소까지 걸어오면서 사람들이 무리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였는데,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멀리서 들려오는 걸 보니 어디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씻을 준비를 하는데 마침 외출하고 돌아온 호스트 할아버지가 근처 공원에서 축제를 하고 있다며 나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하셨다. 감탄하듯 ‘beautiful girl’ 들이 있다고 하시는 걸 보며 그냥 웃어넘겼는데, 샤워를 하고 방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밖에서 들리는 스피커 소리가 자꾸 귀에 들어왔다.
대학 시절 축제기간에 도서관에 앉아있으면 도서관 바로 앞 잔디밭에 마련된 공연장의 스피커 소리에 창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밖에 나가 가수들이 공연하는 걸 지켜보다 들어오곤 했는데, 아무래도 한 번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옷을 챙겨 입고 숙소를 나왔다. 공원이 어디인지는 몰랐고 그냥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걸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원이 있었다.
어떤 행사인지는 모르지만 무대 위에서 랩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공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손을 흔들며 호응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조용한 분위기의 주택가만 봤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던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에 있는 화장실이 인상적이었다. 남자 전용 화장실이었는데 소변만 볼 수 있었다. 앞과 옆만 가려져 있고 뒤가 뻥 뚫려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습이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는 것과 똑같았다. 이게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행로 바로 옆에 설치돼 있는데 칸막이가 없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다 볼 수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서있는 동안에도 많은 남자들이 거기서 볼 일을 봤고, 그 앞을 여자들을 포함해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시끌벅적한 공연장의 분위기가 좋았다. 음악도 신났고 오래 있고 싶었는데 몇 곡 듣고 나니까 공연이 끝나 버렸다. 호스트 할아버지가 말할 때 바로 와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발밑이 물컹거리는 게 신경 쓰였다. 나무 바로 옆에 서서 공연을 봤는데, 바닥이 물컹거려서 비료라도 줬나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아무리 비료를 줬다고 해도 비 오는 날 진흙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질척이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고민하며 걷고 있는데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때문에 질겁하고 말았다.
암스테르담을 돌아다니며 다 좋은데 길에 개똥이 많아서 불편했었다. 왜 함부로 길에 똥을 싸게 하나 싶었는데 내가 서 있던 곳은 나무 바로 옆이었다. 길 위에도 싸게 하는데 나무 옆에 못 싸게 할 이유가 없었다. 발을 들어 운동화 바닥을 확인해 보니 내 짐작이 맞는 것 같았다. 운동화 바닥에 잔뜩 묻어있는 노란색의 건더기들은 아무리 봐도 흙이라고 볼 수 없었다. 운동화 바닥을 땅에 미친 듯이 문질렀지만 다 닦이지가 않아 숙소 화장실에서 다시 닦아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