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Jan 10. 2024

뒤늦은 고백

내 친구라서 사랑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23년이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았던 지인들과, 올 한 해 통화마저 몇 번 못했던 친구들과 목소리라도 나누고 싶었다. 뭐 그리 바쁘다고 마음은 절친이라 생각하면서 제대로 통화도 못하고 살았는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건만 게으름을 탓하며 번호를 누르자 신호음이 길게 늘어진다. 잠시 후 카*이 날아들었다. 서울 올라가는 중이란다. 전화를 끊고 카*창을 보며 마음이 씁쓸해진다.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세월의 간극이 너와 나의 사이마저 이리 멀어지게 하는가 싶어 서글퍼지기도 한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너의 마음을 이리도 닫아버리게 하였을까. 지난여름이었을까 불쑥 걸려온 나의 전화에 먼저 못해 미안하다 했었다. 인천에서 살다 두 손자를 위해 서울집으로 다시 돌아와 경황이 없다며 긴 사정을 늘어놓았었다. 늘 마음 한편이 아려오는 친구. 현재의 그 친구 속사정을 다 알 길은 없지만 다시 인천으로 내려갔고, 서울로 출퇴근 중이라는 소식을 다른 지인을 통해 들어야 했다.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가장 먼저 기뻐해줄 친구, 그녀는 시인이다. 그녀가 지금도 시를 쓰고 있는지 아무리 검색을 해도 예전에 출간했던 시집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 이어진 흔적이 없다. 도대체 우리가 절친인 건 맞는 걸까. 나 혼자만의 친구였나. 지금 손자들 때문에 바쁘다며 다시 전화 준다더니 다시 몇 자 적은 카*만이 날아들었다. 그래도 네가 먼저 연락했네. 너에 항상 밝은 모습이 찐이라며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내용이었다. 살짝 서운한 감이 들었지만 친구의 성정을 알기에 다음 해에 서울로 올라가겠다는 답을 끝으로 23년의 대화는 끝이 났다.


언제나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하는 친구. 겉으로는 다소 거칠고 투박해 보여도 속마음은 순수하고 정이 넘치는 그녀. 내가 떠나온 곳에서 살다 두 딸이 결혼 후 연고도 없는 인천으로 훌쩍 떠났었다. 그 후 간간이 두 손자를 먹이고 재우며 돌보다 주말이면 캠핑카를 몰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다닌다는 소식을 듣곤 했었다. 그랬던 그녀에게 또 어떤 일이 있었길래 두 손자를 더 잘 키워보겠다고 서울집으로 왔었는데 다시 인천으로 가야 했을까. 그 내막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그럴지라도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기다려 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새해가 되고 며칠이 지나며  또한 친구에게 말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뒤늦은 고백 써 내려갔다. 

24년이네

경아야!
이름 부르니 새삼스럽나 ㅎ
우린 은이, 영이엄마로 만났지만 이제 그 애들도 둥지를 떠나갔으니 서로 이름 부르며 살아도 괜찮겠지.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멀리 있어도 너는 나의 친구야. 내가 흔들릴 때 네가 잡아주었고, 힘겨웠던 순간에도 의지가 되어주었다는 걸 너는 알고 있으려나. 네가 나의 절친이란 걸.

어쩌다 너와 내가 느지막이 손주들 돌보느라 바삐 살고 있는지. 가끔은 현타가 올 때도 너를 생각하게 된다.

난 너와 달리 핸드폰을 손에 쥐고 살아. 어쩌면 네가 가장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고백해 본다. 뒤늦게 하던 짓 모두 정리하고 뜬금없이 글 쓰며 살아.

그래서 더 바쁘고 시 쓰던 네가 생각나더라. 그렇다고 너처럼 등단한 멋진 작가는 아니지만  소소한 글을 쓰며 혼자 재미지게 살고 있단다. 우리 24년에도 파이팅 하며 잘 살아보자.
안녕.


얼마가 지났을까

문장의 글이 올라왔다.


와우와우다!
네가 나를  그리 생각하는 거 그건 서로 변할까. 나도 힘들 때마다 너 찾아가 많은 위로받았잖아. 시간은 많이 흘러갔지만 우리 인생 가운데 너와의 시간은 각인되어 있지. 지금은 또 다른 삶에 충실해야 하니까 잊힌 듯하겠지만,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씩  통호만으로도 너와 나 크게 웃을 수 있는 게 그런 마음 아니겠어.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그땐 또 만나서 다른 시간을 엮어보자고 친구 ㅋ ❤️


난 더 이상 다음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어떤 일이 있었든 우리 둘의 마음이 같다만으로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진득하니 기다리지 못하고 글을 보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란 그런 거였는데 그 잠시를 참지 못했다. 오랜 세월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그녀의 태생의 아픔을 그 어디에 견줄 수 있으랴. 언젠가는 속시원히 털어버리라 하고 싶어도 되돌릴 수도 털어낸다고 가벼워질 수 없는 그녀의 삶에 오늘도 마음이 려온다. 늘 큰 웃음으로 연막(?)을 치며 일 년 열두 달 화장끼 없는 모습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녀. 난 투명한 그녀를 참 좋아한다.  친구라서 사랑한다.


그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