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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Oct 05. 2024

벚꽃 위로 흐르는 눈물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4월의 첫날, 서둘러 요양원에 면회를 신청했다. 그제야 조바심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요즈음 왜 그러는 걸까. 자꾸만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려 애쓰곤 한다. 어머니 모습이 생각이 안 나면 어쩌지, 생각지 못한 불안이 내 몸을 옥죄곤 한다. 뵐 때마다 앙상해져 가는 몰골에 가녀린 어머니의 몸짓만흐릿하게 아른거릴 뿐 선명해지지가 않는다. 어머니께서 바라보시던 그 눈빛이 끝도 없이 퍼질까 두려워 차마 마주하지 못한 날들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그 때문일 거라 토닥이며 이번에는 어머니의 눈빛이 아무리 슬프게 다가오더라도 못 본 척 외면하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와줘서 너무 고맙다."


휠체어에 간신히 의지한 채

안경너머로 눈물을 훔치시며

내손등을 볼에 비비시는 어머니.


육십 중반의 며느리는 자식이 되어버린

98세의 노모를 눈물로 달랜다


"어머니 그러셨구나. "

", 어머니 이제 괜찮아 괜찮아. "

"이렇게 가 왔잖아."


가슴이 미어진다

죽음의 문턱을 이겨내고

가끔은 맑아지시는

어머니의 기억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울어야 할까.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며 내손등을 쓰다듬어 주곤 하셨는데 오늘은 눈물까지 흘리시며 조바심 내던 가슴을 기어이 후벼 팠다. 그렇게 의젓하게 잘 계셔주셔서 마음 무겁지 않게 다녀가곤 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오늘따라 총명하셔서 그러신 건내 눈물샘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어머니! "

"이제 나도 어머니밖에 없어."

"친정 부모님도 다 가시고 없는걸"

"우리 오래도록 이렇게 서로 기대며 살아가요."


요양원 앞뜰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잎흩날리는데, 뿌옇게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어머니와 잡은 손등 위로 젖은 꽃잎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막내시동생 내외와 우리 부부가 요양원 면회를 갔다. 오늘따라 날씨가 어찌따스하던, 작은 정원에서 면회를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지난번에 박스채 돌려보낸 짐 속에서 꺼내 걸어두었던 봄옷과 좋아하시는 간식들을 챙겨 면회를 갔다. 오늘도 준비해 간 카스텔라와 달달한 망고를 입에 넣어드릴 때마다 맛있게 드시고, 달콤한 믹스커피까지 단숨에 드시며 흡족해하셨다. 그렇게 눈물까지 보이며 마음 아프게 하시던 모습은 어디 가고 금세 해맑아지신 어머니. 30분간의 짧은 면회를 뒤로 하고 기분이 업되어 손을 흔드시며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지셨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도록 해맑은 어머니의 모습을 눈에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본다.


어머니께서는 지난번보다 건강도 좋아지시고 눈썹 위에 도드라졌던 부분도 무슨 영문인지 알길 없지만 사라져 가고 있었다. 어쩌면 맑아지시는 어머니의 기억 때문에 앞으로 더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견딜 수 있다. 친정부모님 모두 떠나시고 나니 내게 남으신 어른은 시어머니 한분뿐이다. 이제 어머니께서 나의 기둥이 되어 주실 것이고, 서로 의지하며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시어머니라기보다는 내가 돌봐야 하는 한 아이가 내 눈앞에 있는 것 같다. 가녀린 몸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서로 그렇게 기대고 돌봐주며 우린 함께 갈 것이다. 앞으로 어떠한 일들이 또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선명해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함께 가는  길이 결코 멈추어지않기를 기도해 본다. 우리 힘내서 오래도록 함께 가요.


24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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