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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Oct 26. 2024

들꽃 같은 작은 소망들이 가을빛에 물들어 가던 날

나가며

이 글을 발행하기까지 참 많이 망설였다. 일기처럼 써온 한 개인의 속내를, 한 집안의 역사와 굴곡진 삶들을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커다란 부담이라면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공감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마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이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시어머니와 나의 동행은 계속될 것이고 그 일기는 또 쓰여질 것이기에 그간 보내주신 응원에 힘입어 오래도록 씩씩하게 나아갈 것이다. 다만 못난 나의 모습들이 쓰여지는 순간에는 댓글창을 닫을 수밖에 없었음에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돌아보면 세상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들은 드물었다. 아팠던 날들만큼이나 다가온 기쁨의 날들이 몇 배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질 수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의 이 길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인생은 렇게 알 수 없었던 그 길목 길목에서 내게 희망을 주었고 참가족애를 알게 해 주었다. 어느 때에는  글들로 인해 가족들에게 불편함을 주었겠지만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지고 서로를 신뢰하며 돈독해져 가는 우리를 볼 수 있었다. 힘들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시는 큰 형님, 오래도록 모든 짐을 나누어 주시는 고마운 작은 형님, 변함없이 잘 챙겨주는 근처에 사는 둘째 시동생, 혼자지만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동갑내기 아가씨,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는 째 시동생, 언제나 세심하고 살갑게 며칠이 멀다 하고 안부전화를 주는 막내시동생과 부실한 큰엄마, 큰 외숙모를 염려해 줄 만큼 멋지게 성장한 열두 명의 조카들까지 모두가 감사였다.


거기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분신들.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너희 둘을 낳은 거였단다. 엄마가 못 다했던 꿈을 향해 전문직 여성이 되어 오늘도 당당하게 일터로 나가는 든든하고 멋진 내 딸.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품속에서 자랐으면서도 이 엄마가 힘겨워할 때마다 이성적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 주었던 엄마의 중심이 되어준 내 딸. 행여 아프기라도 할까 염려되어 멀리서나마 수시로 안부전화로 엄마마음을 토닥여주며 회사일에 집안살림까지 도맡아 하느라 여전히 바쁜 심성 고운 내 아들. 고단했던 시절 엄마의 희망이고 네가 있어 견딜 수 있었던 날도 많았단다. 여전히 학업 회사일을 병행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늦은 퇴근에도 시간 될 때마다  할머니를 웃게 해 주며 사랑스럽게 잘 자라고 있는 윤이, 훈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재워주는 자상한 사위. 가냘픈 몸으로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오늘도 엄마가 너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대성통곡하는 사랑스러운 다섯 살 난 천사를 키우느라 애쓰는 멋진 커리어우먼인 나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며느리. 너희들과 함께 이기에  엄마의 날들은 늘 빛이 난단다.




들꽃 같은 작은 소망들이 가을빛에 물들어 가는 , 구비마다 긁힌 상처들로 머뭇거리며 아픈 날도 많았지만 우린 함께이기에 이 길이 결코 외롭지만은 않았다. 우리의 인연이 다하는 그날까지 어머니와 맞잡은 손이 온기로 가득 채워지고, 헤일 수 없는 밤하늘의 별처럼 서로 반짝이며 함께 가는 이 길이 언제까지고 빛이 나길 소망해 본다. 누구에게나 처음인 인생길을 한 발 한 발 걸어오며 눈물바람도 많았지만 그렇게 모두가 하나 될 수 있어 감사해하며  지평선 너머 멀고 먼 그곳까지라도 이제 함께라서 두렵지 않다. 나의 든든한 가족들이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 하는 남은 생의 날들에도 변함없이 씩씩하게 오래도록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동행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내 주시는 사랑하는 시어머니와 마지막 글을 쓰며 감사함에 눈물 쏟는 아내를 꼭 안아주는 당신께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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