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1주년 선언문

by Tess

어제가 쌍문동으로 이사온 지 꼬박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토요일에 이사를 했으니, 금요일 낮에 학교에서 잠깐 나와 잔금을 치뤘던 것, 퇴근 후엔... 이사갈 이 집으로 와서 입주청소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 그러면서도 자비명상(MSC)수업을 듣고 있어서, 집에 가는 전철에서까지 휴대폰으로 그걸 들었던 것... 내가 그토록 처절하게 노력을 많이 했었다.이혼하면서도 법륜스님 행복학교에 MSC명상 수료하고, 심리상담사 웃따, 알렉스 룽구, 나라단미 수업 들어보고, 정신분석을 받는 등 정말 다양한 곳을 기웃거리며 '살거라고!'발악을 했다. 그리고 나는 죽지않고, 살아남았다.



이사를 해서도 일이 많았다. 샷시 떨어진 사건부터 시작해서 이상한 택배(시키지도 않은 것)가 두 번이나 왔던 사건, 세탁실로 향하는 문 떨어진 일, 윗집 물 새서 천장에 곰팡이 생겼던 일, 등등 정말 처음 겪는 일들 때문에 마음을 편히 놓을 수가 없었다. 저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외부에서 타인들(주로 남자)이 집에 들어와 수리를 하는데 그때마다 '여자 혼자사니까...'라면서 한마디씩 보태는 말과 의도가 가득한 시선도 싫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혼자된 채로는' 처음 겪는 일들이라 얼마나 당황스럽고 어쩔줄을 모르겠고 무서운지! 어마어마한 공포에 떨면서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해!!! 해결해야해!!!'하면서 나를 다그쳤는지... 그러다가도 또 너무도 겁이나서 욕조에 물받아놓고 운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이건 여전히... 너무 힘든 날엔 물로 들어간다. 슬픔은 수용성이란 말을 믿으며)



이렇게 외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겪어내고 여기까지 온 내가 있다. 동시에 바깥으로 드러나는 사건 말고도 내면의 전투를 얼마나 치뤄냈는지 모른다. 모든 순간이 고비였다. 저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엄마, 아빠에게 나 힘들어라며 달려가고 싶은 마음' 무엇보다 전남편에게 연락해서 '나 이런 일 생겼어. 어떻게?'라며 물으며 의지하고 싶은 마음. '너가 나를 떠나서 내가 이런 일을 겪잖아'하며 원망하는 마음 등등



무엇보다 이런 일을 겪을때마다 딸려오는 여러가지 감정들과 또 이걸 '안희연 너는 왜 이리 아가같냐. 이것도 제대로 못해서 어쩌냐. 지금까지 도대체 어떻게 산거냐 아휴...'하면서 올라오는 비난과 자기혐오로 더 힘들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싶은 마음, 저런 문제들을 그냥 해결해줬으면 하는 뿌리깊은 의존성에 넘어가지 않으려 얼마나 발악을 하며 버텼는지 모른다. 이건 진짜 피터지는 전쟁이었으며 매 순간이 과거의 희연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어마어마한 유혹을 뿌리쳐야하는 나와의 전투였다.



저 모든 것을 다 넘고 넘어온 지금의 내가 있다. 이 정도로 왕창 새로운 경험을 하고나니... 이젠 이상한 택배가 와도,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어느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내가 보인다. 1년전의 나처럼 벌벌떨면서 '어떻게 하지?'하는 새싹의 단계는 벗어난 것 같다.



요즘엔 한층 더 들어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혼자 있으면서.. 계속해서 '이 감정의 뿌리는 무엇이지? 어디서 오지?' 하면서 묻고 파본다. 이 과정에서 자기권력감, 투사, 안전에 대한 깊은 이슈, 그림자 등등 여러 키워드를 발견 중이다.

이는 전투라기보다 이제 내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초석이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나에 대해 어느정도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옳은 선택을 내리는 사람이다'라는 것 말고도 '나는 감정이나 충동이 올라와도 멈출 수 있다'라는 것이 보인다. 이러자, 내가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진다. '하.. 이 안전함! 얼마나 간절히 바래왔던가' 이것이 충족되려면 먼 길을 가야할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초석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2024년 10월, 말 그대로 새싹의 상태였는데.. 1년이 지난 지금_ 나는 줄기가 되었다. 나는 이제 나를 믿으며 사는 사람이다. 그렇게 성장한 내가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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