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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May 20. 2021

아들이 "네일"을 신기해하네요



참 웃기는 것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나는 자본주의(진짜 자본주의 사회는 아닌 거죠? 한국이~ㅎ)에 살고 있어도 결코 너무 자본주의 적이 아닌 고상한 체면은 꼭 지키면서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고백하자면 내가 생각했던 '자본주의 물'듦은  노랑머리 염색, 귀에 치렁치렁한 요란한 귀걸이 매달고 콧구멍과 입술에 구멍 뚫어 조금은 편안치 안게 보이거나 손톱에 알록달록 색깔을 칠하는 것도 모자라 발톱까지 요란하게 보이게 하거나 옷을 너무 난해하게 입는 것 등이었죠.  아, 나는 절대로 저렇게는 하지 않을 거야.~



나는 절대 저렇게는 하지 않을 거야.. 하. 하.

그랬지만 결국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한국에 와서 7년이 되었을 때 귀를 뚫었습니다. 그리고는 시장통 갈 때마다 액세서리 매장을 기웃거립니다. 그리고 느낌 오는 대로 한 가지씩 구매합니다. 


구매 포인트는 아름답고 우아한 것보다 매우 독특한 것이 우선입니다.  시장이나 백화점도 이벤트 매장 같은 데서만 구매하다 보니 보통은 1만 원 좌우, 3만 원을 넘기지 않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를 위하여 아름답고 우아한 것도 구매합니다만 초점이 거기에 맞춰 있지는 않다는 거죠.



이런 제가 언제부터인가 네일에 빠졌습니다

여자가 부엌일도 많이 해야 하는데 손에 저렇게 뭘 발라가지고 여성의 본분을 다할 수 있겠냐고 하면서 은근 네일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했죠. 진정한 여성스러움은 그것이 아닌데.. 이러면서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언제인가 한국에 와서 만난 지인이 네일 가계를 오픈했습니다. 친구들이 다 몰려가서  매출 올려주기도 했죠. 

당연히 저도 가게 되었고 분위기상 네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결국 떠밀려서 했고 한 듯, 안 한 듯하는 느낌이 연한 핑크빛으로요. 차분하고 순수한 느낌 나게 해달라고 했죠.

처음에는 순수하게 가다가 점점 대담해져서 언제부터인가 좀 화려하게 포인트도 주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한의원을 손을 많이 사용합니다. 네일 받은 손으로 환자 맥을 잡을 때 환자들이 저한테 자본주의에 젖어있는 날라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 조심스러웠었습니다. 


아이고... 그런데 웬걸요.

환자분들이 손톱이 아름답다고 칭찬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제가 잘 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를 여성스럽고 자기 관리도 깔끔하게 잘하는 사람 같대요.

심지어 친구의 남편은 지은씨처럼 손 관리 좀 하라고 했다네요. 하. 하. 하


네일에 대해 저 혼자 심각하게 생각하게 있었나 봐요.






점점 대담해지면서 처음에는 연분홍만 가볍게 고집하다가

 나중엔 바탕의 연분홍은 변하지 않지만 포인트는 거의 수시로 바꾸는 것으로

지루함을 대신했고 

재미도 가미했고 

독특함으로 기분도 내게 되었답니다.


포인트는 주로 좌우 손가락 각각 한 개씩만 사용했는데요..
스톤으로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드러낼 때도 있고  

크리스마스 때는 트리로 분위기 낼 때도 있고, 

장미꽃으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랑할 때도 있고으로, 

또는 다이아몬드로 고급스러움을 연출할 때도 있죠.


몇 년 전인데도 손이 고생 많이 한 흔적이네요. ㅎㅎ(바탕색은 바뀌지 않지만 한, 두 손가락에는 포인트로)



나중에 주말 보내고 출근하면 직원들이 원장이 네일 했나 안 했나 궁금해하고요. 

어떤 특징으로 포인트를 두었는지 은근 슬쩍 훔쳐보거나 대놓고 네일 한번 봐요..하면서 돌려보기하는 등

은근히 재밌어 하더라고요. 

물론 단골로 오시는 환자분들에게도 제 네일이 궁금유발이었거든요. ㅎㅎㅎ

정말 네일이 궁금하기 보다 북한에서 온 여자가 네일에 빠져서 이러고 있는 것이 신기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날 아들이 제 손을 잡고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참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이쁘게 하지" 하더라고요.

바빠서 가끔  관리받으러 못 가면 왜 안 가냐고. 

빨리 가서 이쁘게 바꾸라고요. ㅎㅎㅎ

아들이 신기해하는 것 또한 신기하더라고요. ㅎㅎ



네일 관리하던, 하지 않던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네일 관리받으면서 기본적으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 풀고 기분 내는 데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네일 관리받으면 

우선 손톱이 너무 이뻐요. 

손톱 옆의 아티클도 없고 집안 구석구석을 깔끔하게 대청소한 느낌 들어요.

물론 자신감 올라가죠.



지금요?

아니요. 지금은 네일 하지 않은지 몇 년 되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었는데요. 

손톱을 조금 기르니까 아주 방해되더라고요.

물론 가야금도 지금은 하지 않지만...

네일은 모르겠고 가야금은 가끔씩 생각나네요..ㅎ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친구들이 저한테 그러네요.

남조선 와서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완전 제대로, 마음껏 즐기고 있다고요. 하. 하. 하

맞는 말이죠. 그런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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