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20년 전 나는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대한민국 입국 후,
탈북민 교육기관에서 2개월간의 교육을 마치고
6월 10일 한일월드컵 미국과의 경기에서 안정환의 반지키스에 열광하던 밤을 보냈고.
그 열기를 식힐 사이도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배정된 주거지에 와서
“주민등록”을 마치고 진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2002년 5월
다시 돌아가 떠올리니
6월 11일 주거지에 도착 후 바로 이틀 뒤인 6월 13일 지방선거를 치르었던 생각이 난다.
투표하지는 않았지만
선거책자가 기말시험 노트처럼 두툼한 걸 보면서 의아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렇게 ‘자유’를 웨치며 보낸 20년.
막막한 미래와 출로가 안 보이는 현실 앞에
두 번이나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고 했다.
아들이 곁에 없을 땐 미안해서 목숨줄을 잘라내지 못했고
아들이 곁에 있을 땐 위로받으면서 목숨줄을 꼭 잡았다.
자유를 웨치며 희망에 들떴지만
자유에 따르는 책임, 의무도 알게 되었고.
삶이 막막하고 숨 막힐 때도 있었지만
선택이라는 기본권이 내 삶의 또 다른 희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욕심과,
아집과,
조급함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20년.
이제야 서서히 대한민국 국민이 된 듯하다.
앞으로 몇 번은 더 만들어갈 20년.
여백 없이 꽉 채우는 삶보다
여백을 많이 남겨서 함께 하는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