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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콩새 Apr 29. 2021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미술학원 등록했어요



저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꽤 자주 듣는 편입니다. 예전에 공부할 때 어린 동기들은 저한테 "언니도 성질날 때가 있나요?" 하고 묻기도 했죠. 개업한 후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도 "원장님도 기분 나쁠 때가 있나요?" 하는 질문을 하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살면서 기분 나쁜 일 참 많죠. 스트레스받고 성질나서 소리 지르고 싶고 부수고 싶을 때도 있지 않나요?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저도 성질내지 않는 것이고, 다음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그럴 바엔 참자~~ 고 생각한답니다.


예전에는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알고 자라기는 했지만,

사실 의학적으로는 참는 것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랍니다. 풀어야 할 때는 풀어야 체내에서 경락의 흐름도 원활하고 우리 몸의 모든 기운이 순조롭게 순환되면서 컨디션이 좋아지는 거죠.


고향이 그립고, 아들이 보고 싶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혼자 드라이브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차 안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해소하군 했습니다.

응급 해소는 되지만 우리 일상생활에 날마다 노출되는 스트레스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겨나갈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그림을 배워보기로 결심했답니다.


저는 미술에 어릴 때부터 굉장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학교 때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고 체육에도 관심이 있어서 축구는 잘하지는 못했지만 웬만한 축구선수는 다 꿰고 있을 정도로 따라다녔었고 그나마 육상은 매우 빠른 편으로 알려져 있었답니다.

뭐.. 지금 뛰어보라고 하지 않을 테니 믿거나 말거나이지만요. ㅎㅎ


제일 안 되는 것이 미술입니다. 모든 과목 100점 (북한은 10점 제이지만 편의를 위하여 100점으로 표시합니다.) 중 미술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어느 학기 담임선생님이 제 손을 잡고 제 성적표를 들고 미술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미술 선생님께 올 100점인 제 성적표를 보이시며 미술 때문에 이 아이의 등수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옆에서 매우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했지만 미술 성적 때문에 전체 성적이 낮아질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미술 선생님을 쳐다보면서 처분만 기다리도 했답니다. 결국 미술 선생님의 관대함으로 미술 성적 포함 올 100점으로 자연스럽게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제 실력으로 받은 미술 100점이 아니어서 마음이 늘 무겁고 개운하지 않았거든요.

노력하고 또 했지만 100점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림 실력이었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이라고 해도 스트레스는 찾아오더군요. 집, 병원, 또는 영화 관람, 수다 등 나름 재밌게 보낸다고 했지만 스트레스는 늘 곁에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해소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 학원에 등록해볼까. 이제라도 여유시간에 그림 한번 배워볼까?

사실 그림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색감들을 가지고 낙서하면서 장난하는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습니다.


미술학원에 가니 선생님은 당연히 제가 아닌, 자녀를 위해 찾아온 학부형인 줄 아시더라고요.
뭐. 암튼,
어찌어찌 등록(한 달 13만 원 한, 주일 2회, 한번 가면 시간은 무제한, 새로 생긴 학원이라 학생이 없어서)을 하고 처음으로 연필을 쥐고 정식 그림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도 교과목 중에 미술시간이 있었지만 취미가 없어서 그런지 배웠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네요).  "데씽"이라고 하나요? 북한에서는 "소묘"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한 달쯤 열심히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연필 몇 개를 부러 뜨리면서 사과를 이쁘게 그리고 음영을 그리고 거리 입체감을 살리고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과정을 거치고 배웠습니다.

어느 날 학원 선생님이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이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서 그려보자로 하셨습니다.  한 달 데씽하고 그림을? 말도 안 된다고 사래를 쳤죠.

그림을 빨리 그려야 실력이 는다고 하시면서 적극 권하시더라고요. 결국 아무 생각 없이 여러 사진 중 한 장을 덥석 집어 들었고 그날부터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미술학원 다니기 시작한 지 46일 만에 데씽을 거쳐 얼렁뚱땅 작품( 작품이라기보다 습작이죠) 하나가 뚝딱 그려졌답니다. ㅎㅎ

바로 이 그림입니다.



속전속결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창작은 1%도 없이 사진을 앞에 놓고 보고 그리기는 했지만 수백 번씩 덧칠하면서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림 재료는 아크릴입니다.


학원 선생님은 그림을 보고 "뭉크"의 작품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시면서 "선생님 이야기 같아요, 작품 속에 선생님의 삶이 있어요."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무의식적으로 집어 든 그림에 자유를 향한 갈망이 있었나 봅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 사실 스트레스 푸는 방법으로 서예를 생각하고 있었고 한의원 근처에서 쉽게 다닐 수 있는 학원을 찾았지만 서예학원은 없더라고요. 할 수 없이 자신 없는 미술학원에 등록을 했고 처음에는 그림을 그린다는 개념보다는 여러 가지 색깔들로 낙서하면 스트레스가 풀릴면서 마음이 안정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작품을 하나 만들려고 하다 보면 욕심이 들어가고 조금 한 마음이 생기고, 그러면 그것이 다시 스트레스로 돌아올 것 같았어요. 결국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그림 공부를 하려고 하는 것이 그림으로 욕심내면 다시 스트레슬 받게 되는 상황으로 될까 봐 걱정했던 거죠.


저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싶었는데. 학원 선생님은 결과물을 만들도록 이끄셨어요.

한국의 교육이 결과를 중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것 같이 생각되었어요.


미술 선생님의 말씀이 모든 사람들이 빨리 그림을 배우면 빨리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저보고 좀 특이하다고 하셨어요.  저는 또 사른 사람들과 많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에 놀라고 당황스러웠는데.. 그림 그리기에서도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많이 다른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ㅎㅎㅎ


완성품도 좋지만, 저는 완성품보다 그 과정이 중요했고

멋지게 그려서 어디 내놓으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림그리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했는데..

제 생각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였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그림 몇개는 그렸습니다. 하. 하.

오늘 그 첫번째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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