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산을 든 채 난 가을에 또 한걸음 들어섰나 보다’
가을과 우산
-박희도-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다가
나의 좁은 우산 품으로
작은 손님 한 마리 날아들었다
아마도 비를 피해
또한, 갑자기 불어온 차가운 바람을 피해
나에게로 숨어 온 것이겠지
좁고 하찮은 품이지만
잠시 나와 함께 있으며 쉬다 가주어도 좋아
오늘만큼은 내가 네 생명의 은인이겠구나
날아든 작은 손님조차 귀한,
비 내리는 이 날이 느껴졌단 것은
아마도 우산을 든 채 가을에 또 한걸음 들어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