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박희도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하게 박희도 Dec 02. 2023

박희도 시(詩) 37편 - 고백(苦白)

'이 찐득거리는 길을 걷고만 있다.'


고백(苦白)


무엇을 위해 걸어가는 것일까

발이 푹푹 빠지면서도

어디선가 내가 빠져버릴 것이란 공포에도


난 줄곧 저 뒤

어느 따뜻한 마음의 길에서 벗어나

축축하고 차가운

이 찐득거리는 길을 걷고만 있다.


날 믿고 오던 사람들은

어두워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님 이미 나를 두고 저 뒤로 가버린 것일까


깊이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나의 발걸음은 더욱 깊은 심연으로

빠져갈 뿐이다.


어디선가 작은 불빛이라도 보이면

이제 그만 쉬어야지 생각이 들면서도

나의 축축한 이 마음 아픈 선택은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었다.


해가 뜨지 않는 어느 가시 덩굴 속에서

이리 찔리고 저리 찔리며

잠 한숨 제대로 잘 수 없는

어느 버려진듯한 청춘


난 매번 사랑을 외치면서도

이 어두운 외로움의 길에서

다시 질퍽거리며

이름 없는 길에서

손을 휘적거리며 걸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박희도 시(詩) 36편 - 우리도 학교를 다닌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