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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박희도 시

박희도 시(詩) 45편 - 전보

'전보에는 긴 말을 담지 못하였지만 무척 보고 싶습니다.'

by 따뜻하게 박희도

전보


한국은 어떠한가요.

많이 춥지는 아니할까요.


당신과 1만 키로나 떨어진 미국땅에서

문득 추운 바람에 생각이 나 전보를 보냅니다.


138년 만에 사라진다는 전보로

사랑한다는 부끄러운 말을

역시 나답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 전보를 당신에게 보냅니다.


남들이 들으면 우스울 정도로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당신에게도 그 시간이 영겁의 시간이었을런지요.


어서 한국에 돌아가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면 참 좋겠습니다.


전보에는 긴 말을 담지 못하였지만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PS. 전생이 있었다면, 138년 전 우리는 전보를 처음 보고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사랑한다는 말을 더 빨리 전할 수 있어 지금처럼 즐거워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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