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한 요리하기
불 앞에서 맛있는 냄새를 맡아보는 일이 아득할만큼 오래되었다.
오늘은 카페에서 이력서 몇 가지를 쓰다가
따뜻한 저녁 햇볕에 놀라기도 하고,
밝은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집에 걸어오는 길에 무작정 한강으로 가서
멍하니 바람이나 맞을까 생각하다가
고생한 나를 위해 불 앞에서 요리를 해주자는 마음에까지 이르렀다.
크림파스타를 만들려고 마트에 가서
곤약국수와 통통한 버섯, 우유와 치즈,
알뜰히 잘라진 베이컨을 산다.
노트북 때문에 여분으로 챙긴 에코백이
요긴하게 쓰여서 조금 기쁜 날.
두 팔 가득 무언가로 채워진 가방을 안아들고
내가 사랑하는 동네의 내리막길을 걸어온다.
나라도 나 자신을 아껴주기.
망가지고 지친 나를 예뻐해줄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모습의 나라도
인정하고 다독이고 안아줄 수 있겠지.
다들 안녕하신가요?
잘 가고 있네요, 고생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