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희 Jan 11. 2024

바다를 보니 수영을 하고 싶다.

물이 무서운 여자

 태양은 따사롭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한 날

넓고 푸른 바다가 보이는 곳, 잔잔한 물결이 이는 그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수영을 하고 한참을 누워있다가

해가 기울면 툭하고 일어나

집으로 가는 무심한 날


내가 원한 건 그런 날들이었나.


여름, 덥다고 말할 힘도 없게 더운 그날은 바다에 가서 수영이라도 하고 싶었다.

"여름아 와 보아라"라고 외치며.

차를 타고 그 바닷가 앞에 섰을 때, 문득 떠올랐다.

나는 수영을 못 하지......


그때의 감정이란.

너나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 짐을 지키고 앉아있는 내 모습이란.


내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수영이었을까, 드라이브였을까, 해맞이였을까, 바닷가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잔이었을까.

나는 수영도 못하고, 오래 차 타는 것도 싫어하고, 해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커피를 즐기지도 않는데.


쉬고 싶었다.

다만 그뿐이었다.

쉰다는 건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이고 잠깐 돈을 벌지 못한다고 당장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만

경력이 조금 끊어진다고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건만 나는 그렇게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민을 했다.


돈벌이를 하던 관성은 멈추지 말라며 나를 계속 끌고 갔고, 나는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계속계속계속 따라갔다. 나는 꽤 괜찮은 직원이었고, 나름의 성과를 내고 직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이 점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그런 평범한 모습을 하기 위해 무던히 나를 끌고 갔고, '나 많이 지쳤다. 쉬고 싶다.'라고 하는 나에게 '조금만 힘내자. 다들 그렇게 살아. 힘내자, 잘하고 있다.'라며 얄팍한 속임수로 등 떠밀고 끌고, 돈을 벌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있을 것처럼 윽박지르며,  때로는 이 일만 끝나면 훨씬 나아진다는 비루한 위로로 쉬고 싶다는 나를 잠재우며, 나는 그렇게 달려왔던 것 같다.


 나는 갖은 방법으로 나를 다독이고, 채찍질하고, 달려가게 할 줄은 알았지만


 어느새 나는 내가 세모인지 동그라미인지, 초록색인지 붉은색인지 아니면 회색인지, 칼칼한 목소리인지 청아한 목소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다만

 “그 일은 네가 조금 더 챙겼어야지, 그거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 일이야. 그게 뭐라고 그거 자랑할 일 아니야, 너는 어쩌자고 그 말을 한 거야.”라고 할 뿐이었다.


 일에 사람에 지친 날들이 계속되고, 문득 거울 속에 있는 웃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다 조작된 것 같은 저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저 사람은 왜 활짝 웃지 못하는 걸까. 울지도 못하는 걸까. 멍한 눈을 하는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저 사람은 누구인가. 저 사람이 정말 나인가.  


 잠깐만, 멈추자.


 나는 저 사람을 만나러 가야겠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을 들어봐야겠다.

 저 이는 왜 활짝 웃지 못하는지. 힘을 들여 웃는지. 그렇다고 엉엉 울지도 못하는지.

그가 원하는 건 바닷가인지, 노을인지, 시원한 바람인지.


 나는 이제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마흔다섯, 이해와 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