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뭐 먹지? 룰렛 하나 살까 봐.

승부의 식탁

by 선지혜






그 시절,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으셨겠지만

맞벌이로 늘 바쁘고 여유 없던 엄마는

가끔,

커다란 들통에 사골국이나 미역국을 끓여두셨고

나는 일주일 내내 그걸 먹어야 했다.


다 먹어야지만 새로운 국을 먹을 수 있었던

그 고역을 늬들이 알까.


그게 싫어서

내 아이들에겐 매끼 다른 메뉴를 내었는데,

차리는 건 둘째 치고, 그 메뉴 선정이 보통일이 아니다.




먹고 뒤돌면 배고픈 아이들.


차리고 치우고, 차리고 치우고

돌고 도는 밥의 굴레에

‘나도 확 일주일치 끓여버려?“

속으로 중얼거리며 메뉴를 고민하다가,

하루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오늘 뭐 할까?”

돌아오는 답은 “아무거나”


“물어본 의미가 없잖아! 다시!

만둣국이냐, 김치찌개냐!! 당신의 선택은?!”


“난 김치!”

“난 만두!”

오! 퀴즈쇼도 아닌데 정답 외치는 속도 장난 아니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둘의 의견은 갈렸고,

이럴 땐 간단한 대결을 열어본다.


“자!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예고 없는 나의 대결 멘트에도 당황하지 않는 노련함.


“오예!”

큰아이가 이겼다. 김치찌개 당첨.


만세를 부르는 큰아이 옆에서

졌다고 과장된 좌절 연기를 펼치는 작은아이.

우리 집에 배우 나왔다고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혹시나 서운할까 싶어

큰아이에게 슬쩍 허락을 구하고,

작은아이에게 물었다.

“그럼 재료는 네가 고를래? 고기? 참치? 햄?”

“음… 고기!”

그렇지! 얘는 고기면 만사 오케이다.


“아쉽다~ 나는 참치가 좋았는데. 그래도 괜찮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약간의 서운함은 있었지만

결과에 만족하며 밥상을 기다렸다.




오늘도 국 메뉴 선정을 놓고 대결이 펼쳐졌다.


“다음 중 마음에 드는 국을 고르시오!

황태미역국, 소고기뭇국, 들깨감잣국, 양말국!”


“으아아! 양말국이라니!!!”


“뭐라고요? 양말국 선택하셨나요?”


“아니요! 저는 황태미역국이요!”

“저는 들깨감잣국이요!”


역시…

“그럼, 오늘은 오목 갑니다. 위치로!”

아이들은 바둑판을 펼치고 각자 돌을 잡았다.


그럴싸한 긴장감이 돌고,

순식간에 단판 승부가 결정이 났다.


그때, 이긴 큰아이가 작은아이에게 말했다.

“너 이길 수 있었어!!!!”

“엥?? 어디??”

“여기, 이렇게 하면 너 이기는 건데~~!!”

“이. 럴. 수. 가…!”

작은아이는 탄성을 내뱉으면서도

재미있는지 히죽히죽.

배꼽을 잡고 수그려 어깨를 들썩인다.


매번 지면서도, 저렇게 재미있단다.


“승자에게 도전합니다! 엄마가 이기면 양말국!”

“오 마이 갓! 도전을 거부합니다!”




매일 저녁 식사시간.
나는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상상하며 설레고
아이들은 어떤 사랑을 받을지 기대하며 설렌다.


배도, 마음도 모두 채우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우리는 하루를 버텨 내고 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를 하는 내 머릿속엔

오늘도 같은 한 마디가 맴돈다.


“하… 내일은 뭐 먹지? 룰렛이나 하나 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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