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칠 갑 팔 갑, 아이는 조준이 잘 안 되는가 보다.
아이가 이유식을 이제 막 시작하는 때였다.
엄마의 정성이라 고집하며,
만들기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혼 2년 차 새댁은 허둥지둥 전쟁이었다.
‘아무리 아기 입 이라지만, 맛이라는 걸 느낄 텐데.‘
막막했던 난 배달 이유식을 하기로 했다.
직접 안 만든다고 사랑 없는 거 아니다.
“그거 만들 시간에 아이 한번 더 안아줄 거야!”
당시엔 회피의 핑계를 댔지만, 후회 없다.
참 잘한 짓이다.
만드는 일만큼 먹이는 일도 전쟁이었다.
숟가락을 뺏고, 던지고, 뱉고.
머리카락부터 기저귀 속까지
온통 이유식으로 칠갑팔갑을 했다.
그래도 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도 잘 먹었네~“
뭐, 반은 입으로 들어갔겠지. 잘했다.
이유식 때마다 초토화된 주방을 치우고,
아이를 씻겨야 했지만
만들기라는 큰 짐을 덜어내니, 할만하더라.
나를, 허용하는 관대한 엄마로 만들어 준
이유식 배달은, 신의 한 수 다.
컵으로 마시기 연습이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다.
우유를 컵에 가득가득 담아 달라던 아이.
그럴 줄 알았다. 쏟았다. 계획된 걸까.
아이는 기회가 왔다는 듯, 매우 적극적으로
‘방바닥 우유수영’에 빠져들었다.
‘철퍼덕, 찰박 찰박 ‘
그렇지만 난 놀랍지 않았다. 나는 허용하는 관대한 엄마니까.
이유식 칠갑으로 쌓인 내공이 나를 침착하게 만들었나 보다.
우유에 뒹구는 네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쏟은 김에, 그냥 놀아~“
치우는 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유에 푹 빠져있는 아이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지금이 지나면 누리지 못할 이 자유를
마음껏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때 너를 바라보던 내가, 아직 네 안에 있을까.
그때 우유 속에 해맑던 너는, 아직도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