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잃은 아이, 그 마음을 꺼내 볼 수 있다면.
“엄마! 나는 친구가 없어.”
작은아이가 여섯 살이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유치원 하원길에 장난인 듯 진심인 듯
알 수 없는 말투로 내게 속삭였다.
아이는 하원 때마다 말했고, 나는 아이가 하고픈 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 친구가 없어? 나래반 모두가 네 친구야~“
난 아이 마음에 닿을 수 없는 말들만 했다.
그때, 난 왜, 아이의 마음을 꺼내 보지 못했을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나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유치원에서 말을 안 한다고 했다.
갑자기 말을 안 한다고.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물어도 답하지 않는 아이. 아이를 다그쳤다. 왜 냐고. 뭐가 문제냐고.
그렇게 철없는 엄마는 아이의 다친 마음을, 더 덧나게 하고 있었다.
우리는 참 많은 날들을 울었고,
그렇게 긴 시간 속에서 아이는 기다리던 초등학생이 되었다.
1학년 형이 되면, 말을 잘하고 싶다던 아이는 긴장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엄마, 나 학교 가서도 말을 못 하면 어떡하지?”
아이는 얼마나 걱정하고, 바랬을까. 내 마음이 다시 한번 내려앉았다.
“감기처럼, 마음도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대.
우리 한번 가볼까? “
내 말에 망설임 없이 따라나서는 아이의 발걸음엔 희망과 기대와 바람이 모두 들어있었다.
‘선택적 함구증’ 진단을 받고 집으로 오는길 우리는 붕어빵을 샀다.
“엄마는 꼬리가 좋아. 너는? “
“나는 머리가 좋아”
“우리 할 수 있어. 선생님이 할 수 있대.
같이 노력하면,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할 수 있게 될 거래. “
“응. 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엄마는 왜 꼬리가 좋아? “
그날부터 우리는, 아니 나는 숨어버린 아이의 마음과,
무너져버린 내 마음을 되찾아야 했다.
” 엄마가 이거 만드는데 손이 부족해.
와서 이것 좀 도와줄래? “
아이 마음속에 용기를, 조용히 아주 조용히 심는다. 계란도 깨고, 오이도 씻고, 밥을 푸고
“누나. 이거 내가 만든 거다! 먹어봐 “
고작 세 살 더 먹은 누나인데도 인정받고 싶은 아이.
”대박. 어떻게 만들었대? 맛있네! “
누나의 한마디에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 사소한 순간들,
아이의 섬세한 눈짓까지도 모두 기록하며,
하루 하루를 곱씹었다.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어느새 3학년이 된 아이는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내게, 놀이치료 잊지 말라며 아침부터 단속을 한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오늘도 붕어빵을 샀다. 묻지 않았다. 어떤 얘길 나눴는지.
” 엄마! 나는 팥이 많이 들은 머리부터 먹는 게 좋아! 꼬리는 달콤한 게 별로 없어 “
아이의 말에 난 조심스럽게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본다.
” 그래? 팥도 잘 먹네!! 우리 동그라미. 뭐든 잘 먹으니 이렇게 건강하지!
마음도 그렇다! 슬픔, 기쁨, 화남, 부끄러움 모두 다 느껴봐야
마음도 건강해지는 거야.
붕어빵 참 맛있다 그치?
이 맛을 몰랐다면 얼마나 슬펐을까. 엄마는 달콤함보다 고소함이 많은 꼬리가 더 좋아.
너도 언젠가 꼬리가 좋아질지도 몰라 “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또 이겨내고 있다.
아이의 말 한마디,
마음을 쿡 찌른 순간,
사소한 하루의 풍경들.
그리고 우리만의 모든 감정의 언어들.
그 누구도 대신 쓸 수 없는
우리만의 하루, 우리만의 기록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담긴 이 기록을
난 지켜내야 한다.
숨어버린 아이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무너진 내 마음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