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더 맛있었다.
나도 아이처럼 엉망진창 놀고 싶던 날.
거실에 비닐을 깔고 밀가루를 쏟아부었다.
하원 후 밀가루천국을 본 아이가 나를 보챈다.
“엄마 빨리빨리~“
하얀 밀가루 위에 살포시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는
밀가루를 한 움큼 쥐어 머리 위로 흩날렸다.
“엄마, 나 백발 마녀 같아!”
까르르 웃음소리가 거실을 가득 메운다.
손 말고 온몸으로 느껴지는 밀가루는
낯설기도 하면서, 포근하고, 보드라웠다.
지금이 안 끝나면 좋겠다.
온 세상이 다 내 거 같은 그때,
‘퍽’
옆에 놓인 물컵을 쏟았다. 내가. 하필 내가.
순백의 ‘백발 마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비상이다. 지금 딱 좋았는데, 큰일 났네.
백발마녀 달래다가 끝 낼 수는 없어,
물이 쏟아진 밀가루를 얼른 주물렀다.
“어? 이거 이렇게 하면 빵 되는데? 몰랐어?”
“말랑말랑, 느낌 좋아. 만져봐.
우리 이 밀가루 다 반죽해서
배 터지게 빵 만들어 먹자!”
조물조물, 반죽을 뭉개던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오케이. 그럴 줄 알았지. 단순한 어린이 같으니라고.
“물 더! 엄마, 여기 물 좀 더~!”
우리는 점점 커지는 반죽 더미에 뒹굴며,
예쁜 빵 만들기 대결을 펼쳤다.
작고 사랑스러운 내 아기가, ‘똥 빵’을 만들어 냈다.
“아.. 똥 빵은 먹기가 좀 힘들겠는데?”
곤란한 내 표정이 그렇게 재미있단다.
넌 똥이 그렇게 좋구나.
고소한 빵내음 집안에 가득 차고
해괴망측한 똥 빵이 오븐에서 나올 때
아이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었다.
“내가 만들어서 더 맛있어!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신이 난 우리 백발마녀.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대 “
“아니야! 나 안 울었어. 엄마 거짓말 “
“그래? 엄마가 잘 몰랐네, 우리 딸 미안해”
“괜찮아~엄마 빵 맛있어? “
지금도 반죽을 할 때면 아이는
나를 돕겠다는 핑계로 장갑부터 찾는다.
그날,
똥 빵은 맛있었다. 그리고 ‘그날‘은 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