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오늘 널 보러 갔는데
왜 보이질 않니?
네가 너무 작아서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네가 안 보인대.
아가야, 거기 있는 거지?
아직 작아서 안 보인 거지?
열심히 생기는 중이니?
그렇게 믿고 기다릴게.
…
담담하려 애썼지만
난 이때부터 굉장히 초조해졌다.
"애기가 없는 거 같아"라는
무서운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뒤로 한동안 끙끙 앓았다.
'내가 많이 힘들어서 그런가?' 싶으면서
'임신이 맞나?' 하는 기대도 살짝 들고.
2주 뒤,
막생 기준으로는 벌써 7주가 넘어서
이쯤이면 아기가 보이는 건 당연하고
심장소리까지 기대할 수 있는 주수다.
그런데 초음파 결과는 역시나, 아기가 없었다.
심지어 난황도 없었다.
텅 빈 아기집이 징그러웠다.
의사선생님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셨다.
혹시 모르니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하셨다.
다음주에도 없으면 수술 날짜 잡아야 한다고.
이런 경우를 고사난자라고 한댄다.
핵이 없이 수정된 거라나 뭐라나.
너무나도 큰 충격.
참 이상하다.
아직 낳은 아기도 아니고,
아니, 아예 아기가 생기지도 않았다는데
왜 이리도 큰 슬픔과 상심을 느끼는 걸까.
이런 게 본능적인 부모의 마음인가.
1주일이 1년 같았다.
틈을 보이면 슬픔에 압도되어 무너질까 봐
마음을 굳게 먹고 이성으로 무장했다.
수술 후 병가를 낼 수 있나 알아보고
급한 업무를 모두 마무리해 놓고 퇴근했다.
1주일간 저녁을 금식하며 기도한 남편은
남편은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이 여린 인간,
억지로라도 기운 차리라구!
초음파경이 쑥 들어가는데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 줄 알았어.
저번보다 더 커진 텅 빈 아기집만이...
그런데
선생님이 각도를 이리저리 틀자
보였다...
우리 아기가, 보였다!!!
아기가 있다!!!
쿵!쿵!쿵!
심장까지 너무 건강히 뛰고 있었다!
쿵!쿵!쿵!
평생 잊을 수 없을 너의 심장 소리.
있는 거죠, 우리 아가?
건강한 거죠, 우리 아가?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말하신다.
"잘 키워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정의 고삐가 풀린다.
엉엉엉-
이제 맘껏 울고 맘껏 웃을래!
1센티도 안 되는 쪼꼬미.
근데도 심장이 우렁차게 뛰고 있다니
너무너무 신기하고 너무너무 감사하다.
엄마라는 인간이 먼저 포기해 버려서 아기한테 너무 미안하다.
그런데도 잘 있어 줘서 너무 고맙고 애틋하다.
이렇게 더더욱 소중함을 느끼고 더더욱 사랑하라고
이런 일이 생겼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