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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아가야, 안녕 안녕

아가야


오늘 널 보러 갔는데

왜 보이질 않니?


네가 너무 작아서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네가 안 보인대.


아가야, 거기 있는 거지?

아직 작아서 안 보인 거지?

열심히 생기는 중이니?

그렇게 믿고 기다릴게.





담담하려 애썼지만

난 이때부터 굉장히 초조해졌다.

"애기가 없는 거 같아"라는

무서운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뒤로 한동안 끙끙 앓았다.

'내가 많이 힘들어서 그런가?' 싶으면서

'임신이 맞나?' 하는 기대도 살짝 들고.




2주 뒤,

막생 기준으로는 벌써 7주가 넘어서

이쯤이면 아기가 보이는 건 당연하고

심장소리까지 기대할 수 있는 주수다.


그런데 초음파 결과는 역시나, 아기가 없었다.

심지어 난황도 없었다.

텅 빈 아기집이 징그러웠다.


의사선생님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셨다.

혹시 모르니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하셨다.

다음주에도 없으면 수술 날짜 잡아야 한다고.


이런 경우를 고사난자라고 한댄다.

핵이 없이 수정된 거라나 뭐라나.


너무나도 큰 충격.


참 이상하다.

아직 낳은 아기도 아니고,

아니, 아예 아기가 생기지도 않았다는데

왜 이리도 큰 슬픔과 상심을 느끼는 걸까.

이런 게 본능적인 부모의 마음인가.



1주일이 1년 같았다.

틈을 보이면 슬픔에 압도되어 무너질까 봐

마음을 굳게 먹고 이성으로 무장했다.

수술 후 병가를 낼 수 있나 알아보고

급한 업무를 모두 마무리해 놓고 퇴근했다.


1주일간 저녁을 금식하며 기도한 남편은

남편은 무척이나 수척해져 있었다.

이 여린 인간,

억지로라도 기운 차리라구!


초음파경이 쑥 들어가는데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그럴 줄 알았어.

저번보다 더 커진 텅 빈 아기집만이...




그런데



선생님이 각도를 이리저리 틀자

보였다...

우리 아기가, 보였다!!!

아기가 있다!!!



쿵!쿵!쿵!

심장까지 너무 건강히 뛰고 있었다!



쿵!쿵!쿵!


평생 잊을 수 없을 너의 심장 소리.



있는 거죠, 우리 아가?

건강한 거죠, 우리 아가?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말하신다.

"잘 키워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정의 고삐가 풀린다.

엉엉엉-

이제 맘껏 울고 맘껏 웃을래!



1센티도 안 되는 쪼꼬미.

근데도 심장이 우렁차게 뛰고 있다니

너무너무 신기하고 너무너무 감사하다.


엄마라는 인간이 먼저 포기해 버려서 아기한테 너무 미안하다.

그런데도 잘 있어 줘서 너무 고맙고 애틋하다.

이렇게 더더욱 소중함을 느끼고 더더욱 사랑하라고

이런 일이 생겼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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