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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Apr 18. 2024

별 그대의 달의 계곡, 칠레 아타카마 추억

150일간 좌충우돌 중남미 여행기

벌써 여행을 시작한 지도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100일을 넘긴 뒤부터는 뭔가 조금씩 한국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돈도 돈인데 남미라는 대륙을 돌아다니는 게 조금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기간 버스여행도 힘들거니와 음식도 잘 맞지 않았던 탓이 컸던 것 같다. 아마도 나의 가장 큰 목표였던 우유니를 다녀온 후로 여행의 텐션이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볼리비아를 떠나고 이어지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약간 새로운 여행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같은 남미 국가지만 아르헨티나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서로 맞붙어 있다. 칠레는 길게 쭉 뻗어 있는 국가이다. 어떻게 나라가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신기할 만큼 길게 쭉 뻗어있다.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큰 국가이다. 축구에 미쳐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여행을 할 때 한 국가를 여행한 후 다음 국가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한쪽을 여행하고 다음 나라로 여행하기엔 동선이 완전 최악이었다. 지그재그로 여행하자니 매번 국경을 통과하는 게 피곤할 것 같았고, 화폐도 문제였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거나 아니면 칠레를 먼저 여행하고 아르헨티나는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방향으로 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칠레는 딱 아카타마만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는 역시나 사람의 영향이 컸다. 아타카마에서 만난 동행들로 인해 나의 여행지가 결정되게 되었다. 사실 칠레보다 아르헨티나가 더 끌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의 고민에 방점을 찍어줬던 것은 항상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볼리비아를 떠나는 버스 안, 부랴부랴 버스를 잡아 탔는데 이거... 잘 탄 거 맞겠지?? 혹시나 잘 못 탔다면 내 여행은 다시금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불안한 마음에 버스 기사에게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종착지를 물어보니 다행히 내가 가는 아타카마행 버스가 맞았다. 마음이 안심되니 스르륵 잠에 들게 됐다.


새벽버스라 그런지 엄청 추워서 잠에 깼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전부 이불을 덮고 있는 게 아닌가...? 버스에서 이불을 준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전부 자기들이 들고 온 것이다. 이들은 추울 것을 미리 알고 이불들 들고 온 것이다. 그런데 보통 추우면 패딩이나 두꺼운 외투를 입는 게 정상 아닌가? 이불을 들고 버스를 타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새 버스는 볼리비아와 칠레 국경 인근에 도착하게 되었다. 차에서 내려 국경 검문소에서 검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그곳은 황량한 사막이었다. 허허벌판에 그냥 검문소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잡상인들이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줄을 서 있는데 한국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N극과 S극이 서로 끌리듯이 우리는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다들 우유니에서 아타카마까지 가는 나와 같은 여행객이었고, 인원은 나를 포함해 총 5명이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버스였다.


볼리비아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된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원래 원칙상은 돈을 받는 건 불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낼지 말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펼쳤다. 그런데 그들이 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줘야 한다. 안 그럼 통과를 시켜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엄청 많은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단 달라하면 주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출국 심사를 하는데 웬걸 돈을 요구하지 않고 그냥 가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모두 무사히 국경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를 타기 전 물이랑 간식을 조금 사려고 잡화점을 들렀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출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보니 내가 타고 온 버스가 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뛰어가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버스 놓치면 짐도 잃어버리고 레알 국제 미아가 될 판이었다. 다행히 버스는 그리 빠른 속도로 가지 않았고 슬리퍼를 신고 있던 난 맨발로 미친 듯이 뛰어 결국 버스를 잡을 수 있었다. 진짜 뒤질 뻔했다. 막 욕을 하면서 버스를 타니 사람들이 엄청 웃었다... -_- 웃길 일인가? 난 뒤질 뻔했다고.... 같은 버스를 탔던 한국인 분들이 내가 타지 않았다고 이야기해도 기사는 정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새끼... 일부러...?? 원래 출발하던 시간보다 5분 일찍 출발한 것이었다. 어쩐지 개자식...


우여곡절 끝에 아타카마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고 나니 점심쯤이었다. 배가 고팠지만 일단 숙소부터 잡자고 했다. 우린 터미널에서 어떤 숙소에서 묵을지 고민했다. 다른 몇몇은 미리 숙소를 예약했어서 나도 그들이 묵는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와 단비와 다미 이렇게 셋이 같은 속소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숙소 주소가 조금 이상하다며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나가는 트럭 기사분에게 주소를 물으니 자신이 다려다 주겠다며 트럭 짐칸에 타라고 하셨다. 그런데 여기도 짐칸에 사람이 타는 게 불법이라며 머리를 숙이라고 했다. 졸지에 짐짝이 되어 버린 우린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키득키득 웃으며 숙소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함께 아타카마까지 온 5명의 여행자들은 함께 저녁을 먹자고 약속했다. 나와 단비, 다미, 수언 그리고 남자 애 한 명까지 이렇게 다섯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하고 우리는 일찍 속소에 들어가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날 나, 단비, 다미, 수언 이렇게 넷은 다른 속소로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꽤 괜찮은 숙소를 잡은 것 같았다. 그래서 약간 기분이 들뜨게 되었다. 그날 우린 다음 날 아타카마 사막을 투어 하기 위해 예약을 하기로 했다. 일단 숙소를 체크인 한 다음 투어를 예약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무사히 투어를 예약하고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식사 거리를 사 왔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직접 밥을 해 먹기로 했다. 메뉴는 볶음밥이었다.


그런데 칠레산 쌀이 우리나라랑 너무 달라 밥 하는 게 힘들었다. 밥솥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냄비밥을 해야 하는데 밥이 너무 질게 되어 도저히 볶음밥을 해 먹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다.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도 모르고 그저 그 상황이 웃기고 재미있어서 미친 듯이 웃으며 맛도 없는 밥을 우걱우걱 먹었다. 만난 지 하루 밖에 안 됐는데 급속도록 친해졌다.


아마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황들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타카마는 사막 마을이라 예상대로 단수가 자주 일어났다. 그래서 물을 최대한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 알다시피 여자들이건 남자들이건 샤워를 할 때 가장 물을 많이 쓴다. 특히 여자는 보통 샤위시간이 남자보다 길고 물도 더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다. 한 번은 단비가 씻고 있는데 단수가 된 것이다. 샤워실 안에서 소리 지르며 물이 안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마트로 뛰어가 생수를 2통 사들고 와서 그녀에게 전달했다 ㅋㅋㅋㅋ 그 후로는 엄청 물을 아껴 쓰게 됐다.




다음 날 우린 함께 아타카마 사막을 투어 하게 되었다. 투어의 종류는 총 2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버스로 이동하면서 구경하는 게 있었고 다른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게 있었다. 우린 고민도 하지 않고 버스를 선택했다. 그곳은 사막이다. 미친 듯이 더웠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면 아마 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이렇게 생긴 언덕을 엄청 많이 볼 수 있었다. 아타카마는 달의 계곡이라 불린다. 이유는 사막이 이렇게 울퉁불퉁하여 마치 달의 표면과 비슷하다 하여 이렇게 이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더워 1.5리터 물을 다 마실 수 있었다.


정신을 놓게 되는 더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일몰이었다. 그리고 일몰에 비치는 달의 계곡은 정말 그림의 한 장면 같이 아름다웠다. 우린 달의 계곡과 일몰을 배경 삼아 연신 사진을 찍었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 나갔다. 여러 여행의 장면들이 있는데 난 칠레의 아타카마가 의외로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함께한 사람들부터 추억의 장면과 그 순간들까지 거의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린 그날을 그렇게 끝내지 않았다.





사실 아타카마는 별이 정말 잘 보이는 곳이다. 그래서 우린 별을 보기 위해 밤에 자전거를 타고 외각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블로그를 뒤져보니 자전거를 대어해서 별을 볼 수 있는 스폿까지 이동하면 될 것 같았다. 대충 저녁을 먹고 해가 질 무렵 자전거를 대어하기 위해 대여점으로 향했다. 참고로 다미는 스페인어 능통자였다. 그녀는 남미에서 대학원을 나온 엘리트였다. 그래서 모든 의사소통은 다미가 담당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대여해 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이제 문을 닫아야 한다며 안 빌려줬다. 분명히 블로그에는 빌릴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우린 자전거 대신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근데 웃긴 건 우리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 여긴 남미이고, 어두운 밤이다. 충분히 무서워할 법도 한데 애들은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나 빼고 다 여자들이였는데 말이다.


왼쪽은 단비와 나 / 아타카마 절경


그렇게 우리는 컴컴한 밤길을 어딘지도 모를 곳을 걷고 있었다. 오로지 별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저벅저벅 걸어가는데 마을 어귀에서부터 우리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녀석이 있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를 계속 따라왔다. 우리보다 몇 발 뒤에서 따라오다가 우리가 멈추면 그 녀석도 멈췄다. 그리고 우리가 가면 또 따라왔다. 신기하고 귀여운 녀석이었다. 그러다 녀석을 가까이 불렀다. 그랬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우린 칠레 아타카마산 강아지 한 마리를 길잡이로 영입할 수 있었다. 그놈은 실제로 우리의 길을 안내해 주었다. 이 상황도 너무 웃겨서 막 웃다가 단비가 이름을 지어주자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다 떠오른 이름은 바로 '카를로스'였다. 이유는 좀 전에 자전거 샵에서 우리에게 자전거를 빌려줄 수 있다고 해 놓고 갑자기 안 된다며 장난을 친 사장이 바로 카를로스였다. 그 녀석이 괘씸했기 때문에 카를로스로 이름 짓게 되었다. 우린 까르르 웃으며 뒤로 넘어갈 뻔했다 ㅋㅋㅋ


카를로스와 나 / 아타카마 별 원정대


그렇게 약 30분 정도 걸었을까? 별이 잘 보이는 포인트에 도착했다. 하지만 별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날이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있으니 별이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유니에서 별은 실컷 보고 와서 많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그 시간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 좋았다.


여자 애들은 사진을 더 찍고 나는 카를로스와 놀았다. 혼자 무심하게 돌을 던졌는데 카를로스가 내가 던진 돌을 주워왔다. 이 녀석 분명히 사람이 키우던 강아지가 틀림없다 생각했다. 그렇게 돌을 던지면 주워오고 또 던지면 주워와서 신기했다.


그렇게 아타카마 별 원정대는 다시 숙소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카를로스는 마치 자신이 수행해야 할 미션을 완수했다는 듯 사라지고 없었다.




아타카마에서 보낸 3박 4일은 정말 즐겁고 재미있었다. 다음 날 다미는 칠레 산티아고로 혼자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단비 그리고 수언이는 아르헨티나 살타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잊을 수 없었던 아타카마 추억, 늘 특별한 순간들이었고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 작고 큰 추억들이 쌓여 그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는 늘 똑같은 일상 속에서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아 기억도 추억도 쌓기 힘든 반복되는 일상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여행은 항상 새로움과 특별함의 연속이다. 그렇다 보니 하루하루가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게 된다. 아타카마 추억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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