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 소포가 무사히 도착했다

계획하지 않은 작은 선물은 언제나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by 조희진

정원이에게 보내준 소포를 잘 받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먼저 다행이었다. 잘 도착해서. 베를린에서 서울까지 직접 우편으로 보낸 것이 아니라 주변의 한국에 가는 다른 친구를 통해 부탁한 소포였다. 아주 고가의 선물이 담긴 것은 아니어서 혹시 중간에 사라져도 금전적으로 큰 손실은 없으나 그래도 이왕 보낸 것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랐다. 독일 시간으로 오늘 아침 정원은 고맙다며 받은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다. 한겨울 눈이 가득 쌓인 산에서 뛰어노는 두 여자아이가 있는 흑백 엽서에 편지를 써서 같이 넣었는데 마치 오늘의 베를린 같았다. 베를린은 며칠째 먼지 같은 눈이 흩날리면서 흑백의 세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정원은 문득 내 목걸이를 보고 예쁘다고 했다. 원래 액세서리를 잘하지 않는 나라서 가끔 하고 나가는 액세서리에 대한 칭찬을 받을 때면 영 낯설다. 게다가 그 은 목걸이는 베를린 큰 기차역마다 있는 저렴한 체인점 보석가게에서 산 것이어서 더 당황했다. 얇고 값비싸지 않은 그 은목걸이가 예뻐 보였다니! 농담처럼 '너 베를린 오면 내가 사줄게'라고 했던 것 같은데 과연 정원이가 언제 베를린에 올 수 있을까?


당황한 순간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몇 주 전 알렉산더플라츠역에서 도착하려면 좀 시간이 남은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혹여나 이 목걸이가 아직 있을까 하고 들어갔던 그 가게에서 똑같은 제품을 찾았다. 마침 베를린의 친구가 한국을 간다니 부탁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시기가 잘 맞았다. 계획하지 않고 작은 선물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어떤 물건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구입하게 되고 선물하게 되는 그 과정은 내가 즐겁다. 아마 받는 이의 기쁨보다 내가 누리는 행복함이 더 클 것이다.


나는 남을 위한 선물도, 나를 위한 쇼핑도 꽤나 즉흥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오래 둘러보고 되도록 많은 선택지를 비교해 보고 그 와중에 고르고 고르는 일을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구매 후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음을 알게 되면 아쉽긴 하겠지만 그 아쉬움도 금방 사라진다. 시간과 노력을 덜 들였고 덕분에 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값이겠거니 나름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내가 지르고 본 일에 크게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적당히 만족도 빠른 내 성격이다. 얼마 전 읽은 책(Uncertain by Arie Kruglanski)에서 결정 빠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불확실한 걸 불편해한다고 했다. 결정되기 전의 상태가 불안하고 선택의 여지가 많아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 빨리 결정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종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중간쯤 읽었는데 꽤나 맞는 것 같다. 나는 불안이 높다. 남들은 자주 나를 느긋하고 태평하다고 보는데 그 또한 신기하다. 이렇게 높은 내 불안을 나는 이렇게 꽁꽁 숨기고 있을 수 있을까? 아니면 사실 다 보이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높은 불안을 지닌 채 늘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직업을 도전했었다. 큰 계획 아래에 도전했다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우선 하고 보니 나는 생각지도 못한 독일에서 은근 오래도록 살고 있고 회계사무소에서 일을 했었다. 사실, 불안을 이겨내고 도전을 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불안을 견디지 못해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 질문은 제쳐두고 덤벼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 값을 치르고 있는 시간이다.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아닌 것은 정말 아니었구나'를 배웠다. 그리고 반복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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