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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주 May 27. 2023

질병, 난임 그리고 조기 폐경

3. 조급함이라는 병


수술 후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했다. 그 주사를 맞으면 생리를 하지 않았다. 자궁내막증이 흔한 병은 아니였고 원인과 이유가 나와있는 근거와 자료가 없었다. 지금도 정확하게 왜 이 병이 생기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 기록이 나와 있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그리고 수술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양약치료가 답이다, 한방치료가 답이다, 등등 의사 선생님들의 지식으로 저 마다 소견이 달랐고, 환자였던 나로서 모든 치료와 약들을 신뢰할 수 없었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내 몸에 약물을 투입해 몸의 자연적 생리현상을 억제시킨다는 것 자체가 불편해 주사를 2번만 맞고 이후 맞지 않았다. 



 [자궁 내막증 조직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내막증 조직의 성장을 억제함으로써 재발률을 낮춰준다. 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나는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1년 안에 결혼해서 아이부터 가지셔야 합니다.’

 ‘1년 이후엔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 말들이 나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시각을 어둡게 했다. 1년 안에 배우자를 만들어 결혼을 해야 했고 아이도 가져야 했다. 1년이 지나버리면 나는 영영 아이를 못 가질 것만 같았다.

 


 아무 걱정 없이 예쁘게 연애할 20대 초반의 나이에 나는 진지하게 결혼과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는 꽤나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었다. 아이를 갖겠다는 목적 하나로 소개팅을 하거나 마음에 드는 남자의 기준이 연애의 기준이 아닌 평생 함께 할 사람에 대한 평가의 잣대로 상대를 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당시 서로 맘이 맞아 사귀게 되었던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생각하는 연애의 무게와 내가 생각하는 연애의 무게의 깊이가 달랐다. 23살의 연애에 있어 이것은 당연했다. 



 결혼에 대해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당시 남자친구와 당장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의 마음에서 그 친구의 자유를 허용해주지 않았고 나의 집착과 구속이 연애의 결말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계속 더 조급 해졌다. 그리고 나는 예민 해져갔다. 수술 후 잠시나 괜찮았던 생리통이 다시금 찾아왔다. 매달 생리를 할 때면 출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고 약을 먹어도 내성이 생겼는지 잘 들지 않았다. 네모난 곽 안에 들어있는 약을 2일에 1통을 다 먹었을 정도 였다.








 시간이 흘러 2년 후 한 남자분을 소개를 받았다. 12살 차이 나는 띠 동갑의 남자분이셨다. 지역이 달라 카톡과 전화 연락으로 서로를 알아갔고 대화가 잘 통해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생각했다.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나의 연애 경험은 동갑 위주였다.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이 아저씨를 좋아할 수 없었다.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어야 했다. 단지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 이었을 뿐인 것을 그때 당시엔 이것 또한 사랑이라 믿고 착각했다.


 20대인 나는 30대 중반의 남자의 외모는 아저씨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꿈이 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우유부단하고 불안한 나를 잘 이끌어 주고 감싸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우물쭈물 말못하는 아저씨 같은 남자에게 내가 먼저 사귀자고 제안했고 연인 사이가 되었다.

 

 장거리 연애였지만 나를 만나러 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싸우는 날도 있었지만 크게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았고 무엇보다 술 문화를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또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종교가 같아서 더 마음이 끌렸다.



 그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느낌으로 연애 6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그분은 결혼할 나이가 훨씬 지나 예비 시어머니께서 해를 넘기고 싶어 하지 않으셨고, 나는 아이를 갖지 못할까 걱정이 되었다. 서로의 조건이 성립된 결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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