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자 진헌은 작은 무대이지만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서게 되었다.
공연 첫날 진헌은 또 손을 바들바들 떨렸다. 숨을 크게 여러 번을 쉬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무대의 조명이 밝혀지고 오프닝 음악 소리가 들렸다. 떨리는 손은 멈추기 위해 주먹을 꾹 움켜쥐고 무대에 올랐다. 진헌은 다시 잠시 눈앞이 아득해졌고 다시 눈을 부릅뜨고 관람석을 바라봤다. 관람석을 바라보고 잠시 긴장이 풀려 진헌은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관람석 앞줄에는 공원에서 진헌의 연기를 보았던 공원 상인들과,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진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것이다.
진헌은 속으로 웃으며 ‘으이구 관람석 첫 줄에 고개 아파서 앉지 않는데 바보들이야 바보’
그러다 관람석 한구석에 또 동생이 보였다. 처음으로 진헌은 동생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진안아 너 그냥 내 연기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온 거지? 그래서 늘 그렇게 온 거지? 그래,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줄게 잘 보고 가라’
그렇게 진헌은 무언으로 얘기하며 동생을 바라보니 동생의 그제야 웃는 얼굴이 보였다.
진헌은 많은 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인 첫 무대를 마쳤다. 그 후로 공원 사람들은 진헌의 연기를 보고 싶을 때마다 공연장을 찾아와 진헌의 무대를 즐기고 갔다.
미리는 진헌에게 한번 물었다 아직 무대에서 동생이 보이는지 말이다. 진헌은 첫 공연 이후로 더는 동생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잘 보고 간 것 같다며
슬프면서도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