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후,
미리는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대학에 붙자마자 집을 나와 아빠와의 연을 끊었다.
비록 장학금을 받아야 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일상이 바빴지만 그래도 미리는 더 이상 자신의 공간에서 욕을 듣지 않게 되었다.
진헌은 대학로에서 꽤 유명한 연극배우가 되었다. 공원사람들이 그랬듯이 진헌의 연기에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게 된다고 진헌을 좋아하는 팬들이 꽤 많이 생겼났다.
공원에도 다시 봄이 찾아왔다. 공원은 다시 벚꽃으로 분홍빛이 가득했고 사람들은 벚꽃 나들이를 하러 다들 공원을 찾았다.
완연한 봄, 진헌이 연기를 팔았던 벤치에 미리가 아주 예쁘게 꾸민 판넬을 옆에 두고 앉았다.
[무슨 연기든 주문만 하면 해드립니다. 단돈 5천 원]
공원 사람들은 2년 만에 다시 공원에 연기를 파는 사람이, 그것도 고등학생이었던 미리가 대학생이 되어서 연기를 파는 일을 하는 게 반가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리네 학교 연극영화과 학생들도 삼삼오오 공원에 제각각 꾸민 판넬을 들고 공원에 나와 연기를 팔기 시작했다.
공원에 점점 연기를 파는 배우들이 늘어났고, 그 연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어느새
공원은 대학로 공원처럼 유명명소가 되었다.
미리에게 여기를 주문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러다 어떤 한 남자가 미리에게 5천 원 내밀며 연기를 주문했다.
“혹시 그... 여고생 연기 해줄 수 있나요? 무명 배우 졸졸 맨날 쫓아다니면서
귀찮게 하는, 근데 또 어찌 보면 귀엽고...밝은 그런 여고생이요.“
진헌이었다. 미리는 오랜만에 본 진헌을 보고 “아저씨!!” 외치며 활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