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길을 잃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다시 퇴근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그대로 받아내며 출근길을 걷고, 퇴근길을 걸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 툭하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이 마음을 어디에 기대두어야할지 몰라, 한참을 그대로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그렇게 한달이, 두달이 흘렀다. 아무리 목놓아 울어봐도, 삶을 놓아보려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순간, 입버릇처럼 말하던 '세계여행'이 떠올랐다. 막연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처럼 말하던 '세계여행', 진짜가 될 수 있을까? 아니겠지. 아닐꺼야. 그냥 어디 가고 싶은지 적어나볼까? 그렇게 적어내려가다보니, 어느새 진짜가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자니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그래 한번 해보자.
나의 20대, 느닷없이 '유학'을 결심했다. 불가능해보이는 길이었지만, 간절히 바랬다. 어느날 저녁 엄마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꼭 한번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보고 싶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싶었다. 다른 길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무엇 때문인지 내가 가야할 길은 이거다, 라는 확신이 있었다. 엄마가 말했다, '우리 같이 한번 해보자.' 그렇게 하나씩 준비하며 진짜가 되어갔다. 유학은 내 인생을 360도 바꿔놓는 선택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용기를 내었기 때문에 존재한다.
나의 30대, 다시 한번 느닷없이 '세계여행'을 결심했다. 단 한번도 진짜가 될꺼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던 길이었다. 혼란 속에서 스스로에게 몇백번은 질문을 던졌다. 과연 맞는 선택일까? 결론은 1년 뒤에도 지금의 이 어두운 활기없는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심은 점점 확고해져갔다. 인생의 큰 변화를 앞두고, 몸과 마음에 새길 타투를 했다. 춤을 추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나, 그 손의 끝에 저 멀리 보이는 초승달, 나에게 '달'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엄마와 병원에 있을 때, 좁은 병원 침대에 나란히 누워 달은 향해 손을 뻗어 소원을 빌은 적이 있다. 그 후 나는 달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곤한다. 엄마가 내 마음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B.A., 두 알파벳, Begin Again, 그래 내 인생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타투 사진과 함께 나의 새로운 결심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마음 속에만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적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정말로 진짜가 되어가는구나. 그리고 많은 친구들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나의 용기가 영감이 된다고, 행운을 빈다고,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댄서에게서도 메시지를 받았다. 나의 결심이 용기가 필요한 거였구나, 다시 한번 겁이 났지만, 나는 안다, 나는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2주 후, 회사에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시 한번 진짜가 되어가는구나 실감하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10년을 가까이 일한 회사인데, 나의 열정과 노력이 이곳에 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몇번을 되뇌여도 내 결심을 돌릴길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처럼, 'Listen to my heart' 내 마음과 영혼이 이끄는대로, 나는 이 길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