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거리를 50분 동안 가면서...

이게 뭐라고!

by 부키

내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니, 차에 기름을 채워야겠다. 헛. 기름값이 또 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신기하다. 그럴 리가 없다. '주말이면 외곽으로 나가는 사람들로 정체가 극심한 구간이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나?'



그럼 가볼까?



대형 쇼핑몰에 들어가는 길도 한가하다. 대기하고 있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 맘카페에는 주말마다 차량 상황을 묻는 글이 올라온다. "오늘은 여유롭네요!"라고 글을 올려줄까? 근데 아직 한 번도 그곳에 글을 써보지 않았다는 것이 떠오른다. 무슨 오지랖인가. 누군가 올렸겠지.



고속도로 IC로 가기 위한 갈래길에서도 차량의 속도가 줄지 않음을 목격한다. 아무래도 태풍의 영향인가 보다. 다들 집에 있는 거지. 그런데 우리 단지 주차장은 차가 많이 없던데...



그리고 나의 목적지 3분 거리의 2차선 도로에 진입한다.



1차로는 시외로 나가는 길, 2차로는 고속도로 진입을 위해 다시 시내로 나가는 길.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음을 인지한 나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나의 길 1차로에 안착한다. 그런데, 갑자기 꼬리가 길어진다. 차량이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이상하네, 사이렌 소리 나더니 사고가 났나?'



KakaoTalk_20230812_191123966_01.jpg



코 앞에 다 와서 정체가 시작되니 아쉽기는 하지만, 사고는 아닌 것 같다. 여유 있게 조금만 천천히 가면 된다. 비도 오고, 날도 그리 덥지 않고, 적당히 아늑하다. 라디오에서는 나름 괜찮은 곡이 나온다. 제목은 모르지만.

보슬거리는 비가 가볍게 창을 덮는다. 저절로 사진을 찍게 된다. 이 정도 여유는 가져보자.



움직일 기미가 없다. '주말 정체가 여기에서 시작된 건가? 이런 오후에? 나갈 사람은 다 나간 거 아닌가? 금방 풀리겠지...' 옆차로는 오히려 매우 한가하다. 그렇다고 옆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끼어들기를 할 만큼 급하진 않다. 그리고 그런 끼어들기는 매우 난이도가 높다. 하지만, 그런 차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한 번에 한두 대 정도의 여유가 생길 만큼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그냥 돌아갈까? 이러다 갇히면 오도 가도 못할 텐데...' 앞차가 움직이니 고민할 여유도 없이 쫓아간다. 이젠 그냥 갈 수밖에 없다. 외길이다.



KakaoTalk_20230812_191123966_02.jpg


슬슬 후회가 올라온다. 역시 밀리는 길이었다. 잠시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겠으나 교통량이 적었던 것이다. 잠깐의 찰나정도? 도로에서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남편이 생각난다. 같이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느긋해지자. 어쨌든 가긴 간다. 2-3분 거리를 15배로 늘려 가고 있지만. 그래도 가야지.



KakaoTalk_20230812_191123966_03.jpg



'어라? 여기가 언제부터 3개의 도로가 합류되는 곳이었지?' 안 밀리면 이상하다. 그렇게 여러 번 다닌 길이었는데, 왜 몰랐을까? 두 개의 도로가 합류된다 생각했는데 오른쪽에도 하나의 도로가 있다. 어디에서 들어오는 도로인지 모르겠다. 새로 생긴 도로는 아니다. 평소 차가 없어 몰랐을까? 합류되는 지점만 지나면 나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내가 여기 빠지면 뒤에 차는 뭐라 할까? 웃음이 나온다.





이게 뭐라고!



KakaoTalk_20230812_191123966_05.jpg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나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주말에 모인다. 작은 아이가 군에서 휴가를 나온다. 특히 좋아하는 것이 추어탕이다. 내일 귀한 추어탕을 먹어야겠다. 어렵게 사 왔으니 더 맛있겠지. 알아주기나 하면 다행이지만. 아니어도 좋고!




휴가 일정이 정해진 아이가 전화가 왔다. "엄마, 휴가 다녀온 선임들이 그러는데 새로 나온 아사히랑 켈리가 그렇게 맛있다고, 꼭 먹으라던데... 편의점에서 사면되는 거예요?", 사달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먹고 싶다는 기대가 가득하다. "편의점? 요즘 구하기 어렵다던데~ 보이면 사놓을게!"


KakaoTalk_20230812_200723129.jpg


보인 것이 아니라, 애써 보고 다닌 결과다.



이렇게 군에서 나올 아들 맞이 준비를 한다.

아들 키우는 맛 중에 고된 것도 있다.

keyword
이전 10화다 큰 아들 활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