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아들 활용법

과연 이것 뿐인가...

by 부키

딸이 없이 아들 삼 형제만 키우는 것은 여러 가지를 포기하게 하고, 또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고, 굳이 자녀의 성별을 따질 필요도 없지요. 그래도 아들만 키우면 몇 가지를 포기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들들 목욕시키기는 아빠의 몫이었어요. 그러니 커서 함께 사우나에 가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오히려 반가웠어요. 저는 여유 있게 혼자 들어가서 실컷 불리고 씻고 나오지만, 아들 셋을 씻겨서 나오는 남편은 파김치... 수준. 그나마 똑같이 바나나 우유는 하나씩 들고 나오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요. 함께 찜질방에 가도, 워터파크를 가도 마지막 마무리와 정리는 아빠 몫이기에 미안하기도 했지만, 바나나 우유의 기쁨이 있으니 즐거움도 있지 않냐 농답반 진담반 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는 물론 같이 가지 않아요. 아마 아이들이 더 나이가 들어 노구의 부모를 봉양하겠다 생각이 들면 다시 함께 갈 거예요. 지금은 아니죠. 그런데 딸이 있는 제 친구는 지금도 함께 가더라고요. 나오면서 김밥에 떡볶이를 먹는데 맛있다고, 좋다고, 즐겁다고...


딸이 없는 엄마는 아플 때 너무 외로울 것 같아요. 간병을 해도 딸이 하게 되고요. 병원에 함께 가는 것도 대부분이 딸이더라고요. 딸 같은 며느리 맞으면 되지 하지만, 제 마음인가요. 딸 같이 여기면 되지 하지만, 이 또한 제 마음은 아니지요. 특히나 대한민국이 모계사회가 되어간다고 여겨질 만큼 엄마와 딸 사이는 그 어느 사이보다 막강합니다. 친정 옆에 살지 시댁 옆에는 잘 안 살더라고요. 처가 옆에는 살아도 본가 옆은 알아서 피하더라고요. 아마도 손주를 키워주는 역할에 친정 엄마가 더 적극적이라 그런가요. 그럼 저도 그 정도를 각오해야 할까요.


그래도 아들을 다 키우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아주 소박하게 집 앞 맥주가게에 가는 것이에요. 겨우 하나 찾았다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이것도 코로나 덕분에 너무 오랫동안 참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휴가 나온 작은 아이와 집 앞 수제맥주집에 갔습니다.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그렇지만 나름 변명이 있답니다. 아이들이 대부분 기숙사에 있거나 자취를 해서 여유 있게 집에 있는 날이 없었고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입시를 해야 하는 엄마였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무엇보다 저 보다 더 바쁜 아들들이기도 했고, 눈치 없는 남편이 뭘 그런데를 가냐고 해서요. 그냥 집에서 먹는 날이 많았지요.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이를 보고 바로 생각났어요. "나가자." 저녁을 먹고 난 후라 가볍게 먹자 하고 나갔어요. 정말 오랜만에 가봤는데요. 안주도 비싸고요. 주종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엄마가 내는 거니까 맛있는 안주를 먹자고 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었어요.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 아이라 큰 기대 안 하고 갔지만, 역시나 저 혼자 이야기하다 왔어요. 저만 목이 잠겨서...


하지만, 아이스 브레이킹이라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아이들을 내보내 키우면 커서는 더 서먹해져요. 대학을 가도 나가서 살게 되니 속 이야기보다는 안부 묻는 것이 다일 때도 있어요. 그렇게 아들을 독립시키고 떠나보내는 것이라 이해하면서도 그만큼 나도 나이가 드는구나 생각하게 되니까요. 썩 달갑지만은 않지요. 이런 기회를 빌어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조금씩 해보았어요. "너 고등학교 때, 왜 그 아이와 사귄 거야?" 뭐 이런 유치하지만, 정말 궁금하고 어이없는 질문이요.


근에 아이도 말합니다.

"나도 이해가 안 가요..."


에라~~ 이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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