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서라도
시도해 볼 때가 되었다.
오늘자 신문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4%가 '나 홀로', 1인 가구라고 한다. 2030 세대와 60대 이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서울, 경기도의 1인 가구는 젊은 세대가 많다. 직장, 학교 등의 이유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본가가 서울에 있어도 독립을 한다.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있어도 대학생들은 독립을 해서 자취생활을 한다. 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되는 것이다.
60대 이상의 1인 가구는 그와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자식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배우자와 헤어진 경우, 혹은 기타 여러 이유로 1인 가구가 된다. 그렇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도 많다. 경제 활동을 한다 해도 소득이 높지는 않은 것이다. 아마도 비자발적인 원치 않는 '나 홀로' 살이일 것이다.
얼마 전 TV 프로에서 손범수, 진양혜 아나운서 부부가 나온 적이 있다. 나중에 클립 영상으로 몇 개를 보면서 많은 부분 동의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진양혜 아나운서의 독립준비였다. 이제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독립하고 싶다는 아내를 황당하게 쳐다보던 손범수 아나운서의 표정이 떠 오른다.
자식들이 모두 독립하여 학업 중에 있고, 남편도 바쁘게 활동하는 시기를 벗어나 내조의 의미가 옅어지는 때가 되면, 많은 아내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이젠 내 차례야!'
그래서 프로그램 속의 진 아나운서는 자신의 방에 새로운 가구를 들이기 시작한다. 혼자 기거할 수 있는 방을 만드는 중이다.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고, 개인의 식성에 맞게 아침을 준비한다. 남편 몫을 챙기지만, 그 역시 자신의 입 맛에 맞게 준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지켜보는 아내는 '혼자 해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졸혼 등으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50대를 넘어서며 자식들과 남편이 제 자리를 찾고, 혹은 제 자리에서 내려오는 시기에 집안의 안주인은 주인 자리를 내려놓고 싶어 함이다.
김용섭 소장님의 <라이프트렌드 2024>에도 '각 집 살이'라는 트렌드가 소개되어 있다. 쉽게 말해 부부가 각자의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트렌드이다. 물리적으로 다른 집에서 기거하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이 트렌드의 핵심은 부부관계, 또는 가족 관계가 예전보다 많은 부분 개인주의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각자 잘 살면 되는 것이다.
아직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이제 곧 막내까지 집을 떠나 대학에 갈 것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내보낼 생각이다. 남편과는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지만, 조용히 움직여 보면 어떨까? 방 하나쯤 내 방으로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그 방에서 독립을 하여 '1인 가구'로 살아보고 싶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마 다들 이해 못 하겠지만, 뭐 어떤가. 나의 독립일뿐이다.
아무래도 내 방으로 독립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