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크리스마스를,

회복의 겨울

by 희노가

아이의 학기가 끝났다. 여러 가지 마음이 든다.

이제 낮에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도 당분간 안녕이구나 아쉬우면서도,

더 이상 아침에 눈길을 운전해서 데려다주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고 아이와 지지고 볶고 데치는 그런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


이제 정말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이곳은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해서 그런 것인지, 눈을 충분히 봐서 그런 것인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렘보다는 오히려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을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천천히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들에게

Merry Christmas!


사실 나는 아이 방학이 시작되고 지금 글을 쓰기까지 호되게 아팠다.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씨도 한몫을 했겠지만,

그것보다도 아이 학교가 끝나서 긴장이 탁 풀렸던 건 아닐까 싶다.


아주 길게, 깊게 잠을 잤다. 마치 이제까지 밀린 겨울잠이라도 자듯이.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날 깨웠을 정도니까 밥도 안 먹고 잠을 잤다는 뜻이다.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한결 가벼웠다.


기껏 캐나다라는 먼 나라까지 와 놓고 '밀린 겨울잠'이라니. 그런 생각이 스치기도 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온 <Winter Tales, 겨울이야기>라는 동화책을 천천히 읽으며 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엔 뭘 했더라..

기본적으로 시끌시끌하고 소란스러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아마 서울에서도 어디도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교회에서 해야 할 일, 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하고 조용히 가족들이랑 보냈고, 그게 좋았다.


캐나다에 왔다고 대단히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은 나에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 소소하게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며, 조금 더 따뜻하게 이 겨울을 나는 것이 소망이라면 소망이고, 그게 내가 원하는 크리스마스일 것이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보내고 나면,

나는 아이와 함께 이 도시를 떠나 캐나다의 다른 지방으로 간다.

오랜 친구가 살고 있는 앨버타주의 캘거리 쪽으로 가서 또 조용히 연말을 마무리하고,

그곳에서 함께 새해를 맞이할 예정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같사남이 얼마 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서 집에 장식해 두었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이 사람, 꽤 외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짠해졌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그 사람도 친구의 집에 와서 함께 연말을 보낼 것이다. 기대되는 가족과 친구와의 만남.


여기 와서, 나는 나를 더 선명하게 알아간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고, 모임은 소모임을 선호하며,

밤이면 혼자 입을 다물고 손으로 글을 적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밀린 겨울잠을 자며, 이 겨울은 나에게 회복의 시간을 허락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번에 맞이하는 북쪽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축제라기보다, 휴식에 가까운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이미 살아있는 것 자체가 축제이므로.


"삶은 축제다"

희노가


지난 이야기: 그는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