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보이지 않게 된 사람에 대하여
얼마 전부터, 같은 자리에 있던 홈리스(Homeless)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 엄동설한에,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자연풍광이 아름답지만 긴긴 겨울이 이어지는 이 복지국가에도 홈리스(Homeless)는 존재한다.
운전을 하다 보면 도로의 중앙분리대에 서성거리면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차들을 바라보며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배낭하나와 두툼한 신발, 털모자를 쓰고 있으며, 손에는 물통이나 카페의 종이컵을 들고 있다.
어떤 사람은 Food를 위해 돈을 좀 달라고 쓰여있는 종이를 들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우울하고 불안한 기색으로 계속 그 분리대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 옆에 위험하게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불안한 기분에 휩싸인다.
나는 차 속에서 힐끔힐끔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하면서 곁눈질로 바라보고 있다가, 종종 그들의 젊음에 놀라곤 한다. 아마도 잘 씻지 못해서 지저분하긴 하지만, 얼굴피부나 몸의 상태를 보면 30-40대 정도밖에 돼 보이지 않는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그들은 왜 저렇게 도로를 헤매고 다니고 있는 것일까.
복지국가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인지, 아니면 그저 약에 취한 것인지, 가족들은 있는지..
여러 가지가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창문을 내리고 돈 몇 푼을 쥐어주기에는 여전히 경계심과 두려움이 앞선다.
또 내가 주는 알량한 돈으로 그들이 음식이 아닌 약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과연 '호의'가 될까?
얼마 전, 토론토 다운타운에 갔을 때는 우리 동네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구나 생각했다.
사람들이 수없이 다니는 교차로의 횡단보도에 대낮에 버젓이 누워있는 홈리스들을 마주쳤고,
그들은 구걸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약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다.
토론토의 높은 빌딩과 화려한 쇼핑몰과 대비되는 모습에 우리나라도 서울역처럼 사람이 많고 붐비는 곳에 노숙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이는 처음 보는 광경에 저 사람들은 왜 저러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가까이 가지 말고 빨리 걷자" 라며 아이를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왜 저 사람들이 저렇게 되었는지, 왜 저러고 있는지.
동네의 같은 자리에 있던 홈리스 한 명이 계속해서 보이지 않자 걱정되는 마음이 들어 온타리오주의 홈리스 정책들을 찾아보았다. 그들은 이 겨울에 어디서 자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놀라운 것은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는 작년 기준으로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홈리스를 경험했다고 하는 것이다. 집 없이 노숙을 하는 인구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 주택우선 접근을 통해 홈리스를 10년 이내에 없앤다는 전략적 정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스친다.
노숙은 누구의 문제일까.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적 문제일까. 둘 다겠지만.
낮에 공공도서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 누군가 드르륵 카트를 끌고 지친 기색으로 들어온다. 행색을 보니 노숙을 하는 사람이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에 홈리스들이 잠시 쉬러 오는 경우들이 꽤 있었다. 그럼 도서관, 쇼핑몰이 문을 닫으면 그들은 어디로 갈까?
온타리오주에는 홈리스를 위한 응급쉼터(temporary shelter)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밤이 되면 정원초과인 경우가 많아 그것도 여의치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안에서도 폭력과 절도등이 발생해서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도 허다하다고.
결국 쉼터에도 발을 붙이지 못한 사람들은 공원, 하천이나 다리 밑의 텐트촌을 찾게 되고, 한겨울에는 텐트 안에서 동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는 숲이 우거진 공원의 한편에 홈리스들이 살고 있는 걸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자칭 공원러버라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지도를 보면서 공원을 찾아가길 좋아하는데, 한 번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고 적힌 공원을 갔다. 주말의 낮시간이어서 사람들이 하이킹을 하러 왔겠지 생각했는데 거기서 뜻하지 않게 홈리스들의 텐트촌과 맞닥뜨렸다.
뒤돌아 갈 수도 없고 어쩌지 하면서 조심스레 지나치는데 텐트촌에서 지내는 사람 한 명이 우리를 보자 친절한 목소리로 "저쪽으로 가면 길이 좁아지니 조심해야 할 거야!" 하고 말했다.
마치 큰 마트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찾는 건 저기 있어"라고 말해주는 평범한 사람처럼.
"Thank you"하면서 공원을 나오는 길은 그리 무섭지 않았다. 심지어 날이 따뜻하고 화창했던 그날의 노숙자 텐트촌은 흡사 캠핑장과도 닮아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까지 데리고 있어서 곳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거기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계절엔 얼마나 혹독한 곳으로 변해있을까.
사실 나같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외국인이 이 나라의 홈리스를 위한 정책까지 찾아볼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길에서 있던 홈리스 한 명이 사라졌다고 해서 당장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국적과 나라를 떠나,
인간으로 태어나 가질 수 있는 기본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비를 맞지 않고 잠들 권리,
얼어 죽지 않을 권리,
어디서든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권리,
씻을 수 있는 권리,
살아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권리]
그래. 그런 것들.
사라진 게 아니길, 그저 잠시 이 계절에 밀려서 어디론가 안전하게 있기를.
이 춥고 긴 계절을 그들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서.
희노가
*지난 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