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영은 정직한 영법이에요

요령 없이 킵고잉

by 장진진

나는 이제 수력 8개월 차로 이번 달부터 상급반으로 들어가 접영 배우기에 돌입했다.


예상대로 제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난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뻣뻣한 나무토막이었다.


하지만 오늘 제대로 접영에 매료됐다.


자유형, 배영, 평영까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감을 잡았다. 운동신경 있다는 소리를 내 평생 처음으로 들어보기도 했다. 내가 땅에서나 몸치에 운동신경이 제로인거지 물속에서는 날아다니는 그런 케이스인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감이 붙는 거라. 여러 가지가 좋은 쪽으로 합쳐지면서 시너지가 났고 수영에 재미가 붙었으며 굉장히 빨리 익혔다. 이렇게 나도 잘하는 운동 하나가 생겼구나 싶어 성취감이 날로 커졌다.


중급반에서 4개월을 있다가 선생님께 상급반 승급 허락을 받고 생각보다 빨리 접영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수영의 꽃이라고 불리는 접영. 가장 마지막에 배우게 되는 접영은 돌고래처럼 물속에서 웨이브를 하고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영법이다. 선수들이나 수영 고수들의 접영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큰 몸을 유연하고 아름답게 날개를 쫙 펴는지 신기해서 감탄하게 된다.


바로 그 접영을 배운다니 설렐 수밖에!


상급반은 여러 사람들이 섞여있다. 접영을 이미 배우고 계속 자세를 교정하는 분들, 그리고 나처럼 생초짜.

진도가 각기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한 반에 섞여 있어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선생님이다.


어느 한쪽도 서운하지 않게 고루고루 알려줄 수 있게 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어쩔 수 없는 시스템 문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을 위해 빨리 다른 사람들 수준을 따라잡으리라 결심하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물속에서 웨이브를 크게 타는 동작을 배우는데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정말 머리와 몸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난데...? 나 중급반 1번이었는데? 내가 지금 이렇게 밖에 안된다고?'


기초반 수업 때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을 상급반에서 다시 만나 반가운 것도 잠시, 선생님도 적지 않게 당황하신 듯했다. 발차기 기본부터 자유형, 배영까지 쉽게 잘 따라오던 회원이 목각 인형이 되어 물속에서 꿈틀거리니까 당황할 만도 하다.


다른 영법 감을 빨리 익혔다고 접영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나는 선생님에 의해 물 밖으로 호출됐다. 물속 웨이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상 훈련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신 듯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벽 잡고 천천히 단계별로 웨이브 연습을 하고 킥을 차는 연습을 했다. 생각보다 창피하지 않았다. 그냥 유연하지 않고 뚝딱거리는 내 몸에 화가 났을 뿐.


'처음 배우면 다 못하는 거지. 진도표대로면 지금 내 상태가 맞다!'라고 마음속으로 많이 외쳤다.


어정쩡하게 잘해서 그냥 넘어가느니 아예 제대로 못해서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해 버리면 오히려 좋지.라고 정신승리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늘 제자리일 수는 없어서 몇 주를 집에서도, 걸으면서도 웨이브와 접영 이미지 트레이닝에 몰입했다.


그 효과가 있는 걸까?

3주째 되는 오늘 접영 동장 감을 드디어 찾았다. 팔을 활짝 펴고 (내 기준에서) 날았다.


'이런 느낌이구나, 이런 속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을 여태 나만 몰랐던 거였어!'


50분 꽉 찬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이제 나도 접영 감을 찾은 것 같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하셨다.


"회원님, 접영은 정직한 영법이에요. 다른 영법이랑 다르게 요령이 없어요. 그래서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이 되고 힘든 게 맞아요. 꾸준히 동작 하나하나 천천히 익히면서 배우셔야 해요. 빨리 배우고, 급하게 동작을 마무리하려고 하면 안 돼요."


이 말씀 한 마디에 나는 접영에 매료됐다.

요령도 피울 수 없는 정직한 영법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내가 잔머리 쓰고 싶다고 될 수 있는 동작이 아니고, 오로지 꾸준히 물속에서 많은 시도를 해보고 동작을 찾아 연습해야만 돌고래처럼 물속을 휘젓고 나비처럼 날 수 있다니.


쉽게 내어주지 않는 동작이라는 점에서 아주 오랜만에 승부욕이 생겼다.


요즘은 뭐든 지름길이 많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빠르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목표 지점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수천수만 개가 준비되어 있다. 이런 세상인데, 진작에 요령 피울 생각은 버리고 도 닦듯이 정직하게 천천히 하나하나 익혀가며 겹겹이 쌓아서 너의 것으로 만들어라-라니. 뒤통수를 맞은 얼얼한 기분까지 들었다.


요령 없이 정직하게 내 갈 길 가는 거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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