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쉽게 늘지 않는다
크로스핏 2년째 다닌다고 말하면 다들 이렇게 물어본다.
"와 그럼 너 턱걸이 몇 개까지 해?"
"물구나무서서 걷는 거 할 수 있어?"
"철봉 잘하겠다 휙휙 돌 수도 있어?"
.... 아니?! 기대에 부흥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맨몸 턱걸이 아직도 못하고, 물구나무도 서지 못하며, 철봉을 휙휙 돌 수 있으면 내가 선수를 했다.
그렇다. 운동 실력이나 발전 속도는 햇수와 상관없다.
3n년동안 운동을 멀리했다. 헬스, 필라테스, 요가 등등 껄쩍거린 운동들은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일 때문에, 다른 약속 때문에 드문드문 가다가 결국 등록비 기부 엔딩을 자처하던 삶이었다. 어쩌면 나는 진짜 체력과 맘에 드는 몸매, 다이어트의 성공 이런 것보다는 뭐라도 해야 하니까 혹은 누가 물어봤을 때 '나 요즘 운동해~'라는 한 마디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체력은 고사하고 몸에는 도라에몽처럼 둥글둥글한 생존 근육만 지니고 있었던 나에게 크로스핏은 꽤나 강렬한 만남이었다. 이런 강렬한 운동은 내 평생 해보질 못했다. 얼굴을 불덩이처럼 빨개지고 숨은 차오르다 못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온몸에 있는 땀구멍은 다 열린 것 같고 다리는 후들후들 거렸다.
'이걸 매일 어떻게 해...?'
보통 이런 생각으로 지쳐있다면 나가떨어지는 엔딩이 정석이다. 다신 안 오겠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박스를 나갔어야 했는데. 그랬는데-.
바로 그날 3개월을 과감하게 등록하고 지금 2년째 다니는 중이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다니!
꾸준히 2년을 다녔다는 것은 나에게 훈장과도 같은 일이지만, 그래서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냐고 기대하면 시무룩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리거나 평소에 어느 정도 운동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은 몇 개월만 지나도 일취월장인 경우를 정말 많이 봤다. 눈앞에서 나보다 늦게 시작한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같이 환호하고 좋아하다가도, 난 왜 그대로인지 시무룩해진다.
3년이 지나도 그대로면 그땐 내가 나 자신에게 실망해서 운동을 하기 싫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할 때는 누군가 내게 해준 이 말을 떠올린다.
"평생 운동 안 하고 살다가 2년 좀 했다고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건 정말 양심 없는 거 아니니? 기존에 꾸준히 운동했던 사람들의 발전 속도랑 비교하면 그분들에게 실례 아니냐고."
그니까 내가 날로 먹으려고 했단 거다. 차가우리만큼 냉정한 말 같지만 어디 하나 틀린 구석이 없다.
"조급해하지 말고 생각을 바꿔. 너는 워낙 운동을 안 했으니까 더 이상 뒤로 갈 것도 없어. 발전할 일만 남았어. 그렇게 생각하면 재밌지 않아?"
내가 무게를 못 든다고 운동을 안 한 것일까?
물구나무 좀 못 선다고 나는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되는 걸까?
나는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면 평소보다 더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동을 하러 가서 계속 시도할 것이다.
오늘 안되면 내일, 내일 안되면 모레... 그렇게 한 달이 지나도 안 될 수도 있고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갑자기 동작이 완성될 수도 있다. 그런 무한한 가능성과 성공을 위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조금 많이 느릴 뿐.
늘 내 실력이, 발전 속도가 제자리걸음 같아서 크태기(크로스핏 권태기)가 올 때가 있다.
결과론적 사고로만 생각하면 크태기가 오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제자리걸음'은 틀렸다.
눈에 띄는 결과물이 없다고 해서 제자리걸음인 것은 아니다. 행동하면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간다.
이 진실되고 숭고한 진리를 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박스에서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