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푸시업이 되네?
우리 박스에는 20일 운동 홀딩 제도가 있다. 부상이 있거나 휴가 등의 이유로 운동을 쉬어야 할 때 회원권을 정지시킬 수 있는 제도다.
딱히 쓸 일이 없으면 안 써도 되는데 명절을 앞두고 약속이 많이 생겨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을 계속 빠질 것 같아 아예 2주 동안 홀딩을 걸어놨다.
크로스핏을 안 가게 되는 건 오랜만이다. 저녁 루틴으로 공고하게 자리 잡은 운동을 쉬게 되니 오후 시간이 텅 비는 느낌이다. 조금 어색했다.
저녁 식사를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책도 읽고, 집 정리도 하면서 비워진 시간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우니까. 그렇게 2주가 흘렀다.
2주 뒤 정지를 풀고 박스를 갔다. 꼭 이렇게 쉬다 와서 다치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지 나대지 말아야지 하고 전날 밤부터 결심을 했다. ‘분명 쉬면서 근육도 빠졌을 거야’ 하면서 걱정도 더했다.
와드는 풀업, 푸시업, 토투바, 쓰러스터!
맨몸 운동과 바벨의 환장의 콜라보. 아직 뭐 하나 제대로 동작을 하지 못하니 만만치 않겠다 싶었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주고 동작 연습을 위해 땅에서 푸시업 자세를 만들었다. 아직 근력이 없어 정석 푸시업이 어려운지라 늘 무릎을 땅에 붙이고 푸시업을 해왔다.
그런데!
무릎을 땅에 붙이지 않고 팔로 땅을 밀어 몸을 올리는 정석 푸시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자세가 흐트러져서 웨이브를 타며 겨우 올라오는 푸시업 아니고 정말 제대로 된 푸시업이 됐다.
‘이렇게 갑자기?’
갑작스럽지만 안되던 동작이 가능해지니 자신감이 생겼다. 오버하지 말자는 전날의 다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렇게 됐으면 내가 몇 개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미 한 번의 동작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몇 개 더 해볼 수 있겠구나 하고-.
그래서 몇 개를 했냐면,
10개씩 X 2분씩 쉬고 X 총 5세트 = 50개를 했다.
푹 쉬고 오니 근육이 빠진 게 아니라 몸에 누적된 피로도가 빠진 건지 좋은 컨디션으로 내 한계를 뚫고 지나갈 수 있게 됐다.
이것이 2주 휴식 매직인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에 대해 내 몸이 옛다 기분이다! 하고 보상해 준 기분이 들었다.
역시 몸은 정직하다. 배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