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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Sep 22. 2023

매일 아침 채식하기

언젠가부터 가끔 소화가 안되는 날이 있다. 그럼 며칠을 죽을 먹으며 조심한다. 몇 번 이렇게 체하고 고생한 적이 있어서 회식이나 외식으로 과식한 날엔 소화제를 챙겨 먹게 된다. 나이 드니 요즘은 진수성찬 바깥 음식보다 간소하게 차린 집밥이 번거롭지도 않아 좋고 소화도 더 잘 된다. 혼자 먹는 날은 되도록 적게 차려 먹는다. 남들이 보면 대충 끼니를 때운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추 된장국에 조물조물 무친 시금치나물, 혹은 고기 없이 미역만 넣고 슴슴하게 끓인 미역국에 생으로 새콤하게 무쳐낸 참나물무침이면 족하다. 나무 쟁반에 밥과 국을 뜨고 반찬을 올리고 여기에 김치나 생채, 또는 들기름에 금방 볶아낸 신 김치를 올려 먹으면 홀로 먹는 밥상이라도 외롭지 않다. 


요즘은 간소하게 먹는 것과 더불어 채식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루 3끼를 모두 채식하지는 못하고 우선 한 끼는 꼭 채식으로 먹으려 노력 중이다. 점심은 급식을 먹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영양 식단이다 보니 고기가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나온다. 저녁은 가족을 위해 생선 한 조각이라도, 고기 한 젓가락이라도 올려야 하기에 아침이 채식으로 먹기 적당하다. 오늘 아침에는 팽이버섯과 무를 잘게 썰고 넣어 된장국을 끓이고 아이가 인스타에 핫하다고 아이 스스로 주문한 명란 김에 밥과 시금치나물을 올려 야매 김밥을 쌌다. (지금 생각하니 명란이 약간 붙어있는 김이라 채식이 아니지만 우겨본다.) 오늘부터 중간고사 시작이라 아이는 맘도 몸도 부산한 아침이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상을 차렸다. 하지만 상을 차렸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단출하다. 사과도 하나 깎아놓고 아이를 부른다. 비주얼은 투박한데 맛은 괜찮다고 아이가 엉성한 김밥을 하나 입에 넣고 말해준다. 본의 아니게 아이도 아침상을 채식으로 먹고 있다. 어떨 때는 무심코 아침에 계란 프라이를 하기도 한다. 버리기 아까우니 그냥 맛있게 먹는다. 그런 날을 저녁에 채식을 하면 된다.


일주일 아침 채식 식단

월: 야채 카레, 김치

화: 두부구이, 시금치나물, 야채샐러드

수: 감잣국, 김치양파볶음

목: 팽이버섯무된장국, 야매 김밥

금: 순두부찌개, 버섯조림, 야채샐러드



몇 년 전 미니멀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책도 찾아읽고 집에 물건도 열심히 비웠다. 그래서 웬만하면 물건을 집에 잘 들이지 않으려 한다. 그다음으로 환경에 관심이 가서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다. 미니멀이 자연 제로 웨이스트와 통하는 면이 있어서 즐겁게 쓰레기 줄이는 생활에 동참했다. 지금은 내가 올리는 채식 음식이 미니멀과 제로 웨이스트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생각한다. 적게 소유하고 적게 버리고 (육식을) 적게 먹는 일, 미니멀리스트, 제로 웨이스트, 채식주의자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이번 주 채식은 정말 민망할 정도로 단순한 식단이다.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을 재활용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노력해서 건강하면서도 자연이 온전히 담길 식단으로 꿈꾸어 본다. 매일 먹고사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일이 가족을 먹여살리는 일이 아니라 나의 하루에 정성을 들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내가 정성을 들이는 채식으로 지구도, 동물들도 하루라도 더 살기를 바란다. 채식으로 아침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은 단출해졌지만 내 마음은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 amvillamayor,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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