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호 Feb 01. 2022

그녀들과의 인연


 그녀들과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방송통신대 OT에서 만났다. 나는 6개월 된 둘째 아이를 업고 OT 장소에 갔었다. 다들 아이가 있는 엄마였지만 늦은 나이에도 뿜어내는 공부 열정만은 대단한 우리였다. 그때 등에 업고 갔던 울 둘째가 벌써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지난 연말 내가 만든 크리스마스 영상을 그녀들과의 카톡방에 띄웠다.


 “ 모두들 아직 낭만이 있네. 우리 한번 봅시다!”


 K의 한마디에 급 모임이 성사되었다. 날짜는 돌아오는 월요일, 장소는 J언니 집, 메뉴는 과메기와 보쌈!(물론 배달!) 일사천리 모임이 정해졌다. 누구 하나 빼지 않는다. 아니, 약속이 있어도 취소하고 모일 우리였다.


 모이기로 한 월요일 때아닌 폭설로 큰 도로조차도 제설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아 빙판길이었지만 또 누구 하나 펑크 내지 않고 다 모였다. 참, 우리 모임은 4명이다. 나와 동갑내기 K, 그리고 2살 많은 돼지띠 언니들 J과 S언니이다. 원래 멤버는 6명인데 1명은 저 멀리 광주로 이사 갔고 1명은 우리 모임 멤버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데 아쉽지만 서로 유쾌하지 않은 사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동안 코로나로 모임을 하기 적절하지 않았고 또 재수생을 둔 엄마가 있었기에 4명이 다 모인 거는 거의 일 년 만인 것 같다. 만나자마자 서로 지난 일 년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바빴다.


 가장 먼저 재수하는 딸을 둔 그녀에게 어떻게 되었는지 물으니 딸이 다행히도 좋은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둘째가 다시 고3 된다고. 항상 밝고 유쾌한 K, 에너지 넘치는 그녀가 참 좋다.


 J언니는 올봄 직장일이 힘들어 병가를 내어 쉬었고 기회가 된다면 내년 봄에 퇴직하고 상추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상추 농사가 잘 되면 우리는 한 박스씩 주문하기로 했다. 갑자기 상추농사를 짓는다는 엉뚱한 J언니지만 그 엉뚱함이 매력인 그녀이다.


 또한 S언니도 작년 힘든 한 해였다고. 역시 직장은 인간관계가 가장 힘든 법! 힘든 일들을 견디느라 그게 몸으로 나타났다고.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병원이며 한의원이며 안 다닌 곳이 없다고. 그나마 지금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다행이다. 오지랖 최고인 그녀가 얼른 건강을 되찾았으면 한다.


 나는 큰 아이가 기숙사를 가고 아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한 해였다고 했다. 새로 발령 난 직장에서 그래도 잘 적응해서 다행이었다고. 가장 조용한 성격의 나는 주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우리의 만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만나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나이 들면서 이렇게 힘이 되는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다. 일 년 만의 만남이지만 바로 어제도 만난 것처럼 친근한 그녀들이다. 그녀들의 올해는 행복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명절 연휴 나만의 행복 찾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