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웃음에 대한 답변

by 희석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간다


왼쪽에는 계단

오른쪽에는 올라오는 방향의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있는 계단으로 진입하기 직전

멀리서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어린아이가 해맑게 웃을 때 나는 소리였다


노래를 듣고 있음에도

모든 소리를 뚫고 들어오는

커다란 웃음소리


저렇게 크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웃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하하하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할머니 한 분이

누군가를 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어린아이가 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가 할머니 앞에 선 채

할머니를 보며 크게 웃고 있는 듯했다.


에스컬레이터에 가려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웃음소리만큼은 선명했다


할머니도

보이지 않는 아이도

전부 웃고 있었다


웃음에 대한 답변이었을까

나도 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고였다


할머니도 저렇게 웃으셨을까

아빠도

엄마도

저렇게 커다란 웃음을 지으셨을까


나도 웃었을까

할머니를 보며

아빠를 보며

엄마를 보며


나도 웃었을까

나도 웃을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보이지 않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