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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던 날

by 희석 Feb 22. 2025


늦어지는 약속 시간


알바 면접을 끝내고 돌아온 나는

친구의 퇴근을 기다리며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연습하며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는 원래 가는 방향이니

그냥 목동으로 오겠다며 차를 끌고 집 앞까지

정확히는 엄마와 아빠집 앞까지 와줬다


여자친구의 투정

늦어진 퇴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던 내 친구


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집 앞까지 와준 친구의 고생을 받아주었다.


각자의 하루를 끝내고

우리는 피자집으로 향했다.


피자를 고르고

치즈크러스트를 추가했다


피자를 대하는 우리들의 예의

치즈크러스트는 피자에 대한 예의였다


친구는 늦은 것에 미안하다며

피자를 사겠다는 말과 함께 카드를 내밀었다


1시간이 흘렀을까

깨끗해진 쟁반을 테이블에 두고

우리는 피자집을 나와

서로의 기억을 지금과 대조하며

주변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그대로인 건물

사라진 상점

우리는 10년도 넘은 기억을 더듬으며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친구는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친구의 카드로 배를 채웠고

친구의 차를 타

엄마와 아빠 집에 도착했다


친구의 차에서 내린 나는

친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집으로 향했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집에 들어가지 말라며

나를 밀어낸다


그동안 나는

이 바람을 전혀 느끼지 않았던 걸까


어머니와 아버지를 방패 삼아

꿈이라는 명분을

꿈이라는 막연함을

내세우고 핑계 삼아

나 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앞세웠던 걸까



바람이 강하다



호되게 당해보라는 듯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듯

퍼지는 생각들을 얼려버린다


이 괴상한 통증이

되려 생동감을 안겨준다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며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


강한 바람에는

강한 바람으로


이 막연함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바람


이 바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약한 정신을 달래 본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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