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고?
처음 내 몸무게를 보고 놀랐던 건 군대에서였다. 자대 배치를 받고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키와 몸무게를 쟀었는데 당시 몸무게가 평상시 몸무게보다 훨씬 높게 나온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82~84Kg 사이였던 것 같다.(입대 전에는 74~75Kg를 유지했다.)
솔직히 지금 적으면서도 웃긴 말이지만 난 기계에 표시된 숫자를 믿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게 키도 다르게 나온 것 같아 기계를 부정했다.
그런 부정을 사실이라고 믿게 했던 것은 휴가를 나온 뒤 집에서 몸무게를 쟀을 때였다. 익숙한 체중계에서 군대에서 확인한 몸무게가 나왔을 때 나는 그제야 내 몸을 받아들였다.
사진 속 내 모습도 나를 받아들이는 데 확실한 도움을 주었다. 매일 봐온 거울에서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나 사진으로 보이는 둥글둥글한 나를 보며 나는 진심을 다해 내 모습이 맞는지 강한 의문을 가졌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물론 군대라는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도 한몫하겠지만 무엇보다 살을 찌우는 데 영향을 끼친 가장 큰 원인은 PX에서 사 먹었던 수많은 초코바와 과자들이었다. 초코파이, 빅파이, 쿠크다스, 스니커즈, 핫브레이크 등등 특히나 초코바는 밥을 먹은 뒤 항상 챙겨 먹었고 최소 하루에 4개씩은 먹었다.
그때 느꼈다.
저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있을 수는 없다며 필사적으로 살을 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당’
나는 저 충격을 기반으로 단 것을 기피하게 됐다. 초콜릿, 음료류,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는 착각을 건네는 달달한 ‘당’이 해소는커녕 되려 스트레스를 안겨준다는 내 경험에서 나온 기피였다.
전역을 한 나는 자전거를 타며 살을 빼기로 결정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탔던 자전거를 시작으로 15Km, 20Km, 30Km, 40Km, ... 120km 조금씩 탈 수 있는 거리를 늘려왔던 나는 무리 없이 지속적으로 탈 수 있는 거리가 60Km 내외임을 알고 있었다.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른 아침에 60Km, 동일한 코스로 저녁에 60Km를 탔다. 덕분에 슬개건염으로 약 두 달 동안 제대로 걷지를 못 했었다.
그래서인지 살을 빼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지속할 수 있는 운동 강도와 속도를 알고 있던 이유도 있고 전역 이후로 ‘당’과 관련된 것들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도 있다.
원래 술, 담배, 커피는 입에 대지 않았으나 군대에서의 기억이 카페에서 파는 음료나 콜라, 사이다조차도 마시지 않게 만들 줄은 몰랐다.
모르는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면 술을 마시지 않는 나에게 콜라나 사이다를 권하곤 하지만 나는 그것조차도 괜찮다며 물로 잔을 채운다.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무슨 재미로 있냐고 질문을 자주 받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나 대신 사람들의 취기가 올라오는 장면을 혼자서 보는 재미로 있는다며 대답한다.
술자리에 참여한다고 해도 술을 함께 마시며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소외감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래서 ‘술을 마셔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술을 마셔야만 유지될 수 있는 관계라면 굳이 술을 수단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내 몸을 관리하는 게 나에게는 더 큰 만족감을 준다. 아마 앞으로도 술, 담배, 커피, 음료는 내 인생에서 매일 거리를 둘 것 같다. 필요에 의하면 마시긴 하겠지만 그 ‘필요’가 안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 체지방을 측정했고 건강검진까지 받았다.
몸무게는 평상시 유지하던 수준이었으나 날씨의 영향으로 자전거는 타지 못하고 기타 이러저러한 이유로 근육은 빠지고 체지방이 늘어났다. 아쉬운 마음에 팔굽혀펴기라도 꾸준히 하는 나다.
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