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회사에서 하는 게 뭐니?!
처음 회사를 다니면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 와중에 상사가 요청하는 업무, 타 부서에서 요청하는 업무까지 모두 쳐내야 하니 정말 죽을 맛이다. 나 또한 본사에서 초반에는 나에게 할당된 업무가 익숙지 않으니 빠르게 업무를 하는 노하우도 없어 남들 10분 걸릴 업무를 1시간 동안 처리할 때도 많았다. 그렇게 3~4개월 정도 고군분투 하던 나날들이 지나가고, 내 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느꼈을 때 조금은 회사에서 삶의 여유를 느꼈다.
이제 업무가 조금 익숙해져 '나도 드디어 조직에서 1인분을 해낼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옆의 사수님이 내게 요즘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드디어 내가 뭘 하는지 얘기할 때가 왔구나 라는 생각으로 아침에 실적을 확인하여 출력하고, 엑셀과 문서 작업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최근에 맡게 된 프로모션 기획과 SNS 관리를 위해 바이어와 뭘 하는지, 파워포인트로는 뭘 작성하는 하는지, 누구와 업무연락을 취하는지 각각의 업무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신이 나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혼났다.
나는 네가 현재 진행하는 중요한 업무의 진행상황을 공감해 달라고 요청한 거지,
네가 하루에 하는 모든 일과를 물어본 게 아니야.
그때까지도 나는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고, 그저 "아... 네... 죄송합니다." 하고 말았다.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서 다 대답해 줬는데 왜 또 뭐라고 하는 건지... ( 이 글을 쓰면서도 당시 내가 정말 구제불능이었구나.. 생각한다. 그 모든 걸 참고 견뎌주신 사수님께 감사드린다. )
업무 공유는 회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일까?
1. 중요 업무 선정 및 업무의 우선순위 설정
2. 팀원(혹은 윗사람, 사수)에게 나의 업무 공유 및 방향성 피드백
3. 조직 내 나의 존재감 어필
회사에서 하는 업무들을 중요도가 높은 업무와 낮은 업무들이 섞여있다. 오히려 신입사원 때는 기획, 마케팅, 전략 같은 멋지고 티가 나는 업무들 보다는 허드렛일 같은 업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 윗사람에게 업무 공유를 한다면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 업무의 중요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업무를 A~Z까지 다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업무 공유가 중요한 이유는 우선 업무 공유를 하기 위해 사전에 나의 현재 진행 중 혹은 진행할 업무들을 A~Z까지 정리해 보고, 그중 당장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 업무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순서대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중요한 업무의 분류가 끝나면, 팀원(혹은 윗사람, 사수)에게 중요 업무를 공유함으로써 내가 현재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해당 업무의 방향성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으며, 업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업무 공유를 통해 윗사람에게 나의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동시에 '이 신입사원은 무엇이 중요 업무인지 잘 알고 있구나'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신입사원이지만 최대한 나의 역할을 다 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결코 버스에 탑승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임승차자가 아니라는 걸 어필할 수 있다. 즉, 나의 존재감을 지속해서 드러낼 수 있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8개가 있다. 그중에 윗사람이 현재 업무 진행상황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공감할 수 있는 중요 업무는 몇 개일까? (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경우에 대입하여 어떤 업무를 중요 업무로 분류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
[오늘 할 일]
1. 실적 조회 및 정리 ( 사수 및 팀장님 보고 )
2. 점포 문의사항 처리 ( 시스템 세팅 요청 )
3. 부산시 연계 축제 준비 ( 진행 세부일정 관련 부산시 담당자 조율 중 )
4. 월말 정산 준비
5. 지난주 종료된 프로모션 결과 분석 ( 팀장님 보고용 )
6. 크리스마스 테마 프로모션 기획 ( 세부 일정 조율 및 바이어 상품 요청 중 )
7. 협력 업체 프로모션 결과 요청 건
8. 카드사 수수료율 문의 ( 사수의 업무 지시 )
위의 업무 중에 윗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업무는 3번, 5번, 6번이다. 나머지 업무들은 루틴 하게 쳐내야 하는 업무들 혹은 필요할 때 윗사람에게 문의할 내용이지 업무 공유로 얘기를 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지 않다. 업무 공유는 중요도가 높은 업무 위주로 공유하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말해주면 된다. 그래서 만약 사수에게 업무 공유를 한다면 아래와 같다.
" 네. 업무공유 드립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업무로는 크게 부산시 연계 축제, 크리스마스 테마 프로모션 기획이 있습니다.
부산시 연계 축제는 현재 부산시 담당자와 언제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인지, 프로모션 진행 시 부산시에서 기대하는 것과 저희 쪽에 부산시에서 지원 가능한 부분에 대해 조율 중에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우선 금주중으로 내용 회신받아 보고 드리겠습니다.
크리스마스 테마 프로모션 기획은 바이어 통해 업체별 F/W 시즌 대표 상품 혜택 기획 및 APP에 노출시킬 상품 이미지, 세부 문안을 요청해 둔 상태입니다. 바이어가 업체에 요청하여 회신받는 기간도 있으니 빨라야 금주 금요일 일부 바이어 회신 가능할 것 같고, 늦어도 차주 화요일까지 모두 취합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프로모션 진행 기간 및 쿠폰 혜택 등 상세한 내용은 내일까지 우선 보고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종료된 프로모션의 결과 분석은 앞의 2개 업무보다는 후순위로 진행하고 있으나, 팀장님께 금주 중 보고 드려야 하기 때문에 역시 내일까지 최대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위처럼 업무 공유를 받게 되면 사수는 "아. 그래 알겠어. 계속해서 진행 상황 공유해 줘."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3번, 5번, 6번이 중요도가 높은 업무인가? 중요한 업무의 기준이 무엇인가?
업무의 중요도는 성과 혹은 실적으로 보고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위의 업무 리스트 중 실적 조회, 정산, 점포 문의사항 처리와 같은 업무들도 물론 중요한 업무이다. 실적 조회를 하지 않으면 회사의 영업 상황을 알 수 없고, 정산을 하지 않으면 협력업체와 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점포 문의사항을 처리하지 않으면, 점포의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윗사람에게 당신의 올해 성과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정산을 잘했습니다. 그리고 점포 문의사항도 잘 처리했고요. 실적도 잘 정리해서 제때 보고 드렸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어떤 인상을 받을 것 같은가? 윗사람 입장에선 그 사람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할 것이다.
윗사람에게 업무 공유 요청을 받기 전, 아래의 사전작업을 미리 해둔다면 보다 간결하면서 핵심만 잘 요약하여 업무 공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업무의 우선순위 정리만 잘해도 여러 업무를 중요도에 맞게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름 일 잘하는 신입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 업무 공유를 위한 사전 작업 ]
1.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혹은 진행할 업무) 리스트 정리
2. 정리한 업무들의 중요도 분류 및 우선순위 매기기
3. 중요 업무 현재 진행 상황 정리
4. 업무 공유 시 진행 중인 업무 관련 질문 사항 정리 ( 업무 방향성 피드백 )
마지막으로, 아침 출근하여 10분 정도 빠르게 위의 사전작업을 한 뒤 먼저 윗사람에게 본인의 업무를 공유해 보자.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안 좋게 볼 사람은 거의 없으며, 적극적인 업무 태도 자체만으로도 플러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