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읽는 책, 곱씹어 읽는 한 줄 한 줄은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원서를 읽히고 마지막 쓰기 단계에서 원서 제목을 다시 새롭게 지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 만들라는 주문을 하곤 한다. 아이들은 내용을 쓰고 제목을 짓기도 하고, 제목을 지어 두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도 한다. 무엇을 해도 창작의 고통이다.
아이들의 영어 수준에 따라 원래 이야기를 되새기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도록 하는데 한국어 책을 많이 읽고 가족들과 대화가 많은 아이들은 이야기의 전개가 다채롭다. 또한 표현하고자 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서 같이 고민하며 이야기 속에 풍덩 빠져 아이와 내가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런 즐거움이, 읽고 생각하며 글을 쓰는 활동으로부터 온다. 그런 고민과 창작의 고통을 지나 이야기를 발표하면 한 권의 원서 활동이 끝난다.
데미안 원서를 다시 촘촘히 읽으며 필사 후 표현을 하나 골라 마음속에 든 기억들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원서를 골라 읽으며 사전을 찾지 않아도 될 수준이면 생각과 글쓰기가 더 깊어지게 된다. 쉬운 원서로 생각 꼭지를 뽑아 글쓰기를 하는 것은 수준이 높은 인지 활동이다.
성인으로서 할 수 있는 원서 후 활동을 이번 첫 번째 주제, '외사랑'으로 쉽게 시작했는데 막상 기억을 끄집어내고 현재의 고통스러움을 같이 엮어 내려니 무척 힘들었다. 게다가 최근 읽은 한병철의 '땅의 예찬'의 빛나는 노랑꽃에 집착하여 그림까지 그리며 시(詩)쓰기 형식을 고심하면서 시간이 많이 들었다.
귀하게 보낸 나만의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Fear(공포)라는 짧은 글 하나로 첫 번째 주제, 나의 슬픈 '외사랑'을 마친다. 이렇게 기쁜 시간을 사는데도 내가 내가 아닐까 봐 공포에 떠는 날들이다.
Fear
written by 희수공원
I wake up to a fear that resides deep within my heart.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공포로 아침을 깬다
At times, I question my existence, wondering if I am truly myself in reality. 때로 내 존재가 의심스럽다, 정말 현실에서 진실한 나로 사는 것일까
Occasionally, it feels as though I'm living in a dream of another world, where a stranger dreams of the things he desires. 마치 다른 세상, 어떤 낯선 사람이 열망하는 것들을 꿈꾸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If I am a mere figure within his dream, I could be controlled by his will. 그의 꿈 속 한 인물이라면 나는 그의 의지대로 되는 수 밖에는 없을거다
Is the thought I'm typing in this space real or merely an illusion? 이 공간에서 타이핑하는 나의 생각은 정말일까 환상일까
The fear of whether I truly live in the real world or not, makes it difficult for me to breathe. 이 현실에 내가 정말로 살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공포로 숨쉬기가 힘들다
Was the conversation I had with him the other night just a dream from another man's dimension? 내가 언젠가 그와 나누었던 대화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 꾼 단순한 꿈이었을까
Was the affection I poured into his soul all in vain? 내가 그의 영혼에 쏟았던 그 애정은 모든 게 헛되었던 걸까
매번 혼자 골몰하는 취미에 세상과 멀어지는 느낌도 있지만 나를 살게하는 이 시간들을 포기할 수 없다. 다음 주제는 조금 덜 슬픈 쪽으로 가고싶다.
사진 - 원서 책 표지, Hermann Hesse. (1989). Demian. First Perennial Library edition, Harper & Row, Publish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