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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8. 2024
이상형 교수 /isɑŋhɔŋɡjosu/
4주차 - 부교재 깊이만큼의 피드백이길 바라며
검고 커다란 가죽을 빙자한 종이 가방을 끙끙 들고 들어오며 '안녕하세요!' 명랑하게 인사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보통 방문 판매원일 거다. 이상한 교수가 들어온다. 아니, 이상형 교수를 꿈꾼다.
보통 때처럼 쏠톤 인사로 시작한 수업에서 부교재 1차 목차, 2차 프롤로그 과제를 통합하여 읽고 피드백을 했다. A4 용지 반에 양식을 만들어 피드백을 하고 두 번을 접어 책 앞 날개 안쪽에 풀로 붙여 주었다. 한 학기 동안 3번의 조가 바뀐다. 3월 편성 조에 맞춰 부교재를 분류하여 조별로 과제 피드백한 책을 나눠 주었다.
1, 2차 과제 병합 피드백어리둥절 책을 펴다가 피드백을 발견하고 조용히 읽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예뻤다. 나의 마음과 앞으로의 방향을 알아주길 바랐다. 늦게야 배송된 책을 가지고 나온 아이들에게는 피드백이 든 A4 용지 접어 붙이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 단 몇 초의 시간인데도 잘하고 싶어 목소리와 손이 떨린다.
학생들은 목차와 프롤로그에서 다양하게 자신의 미래 진로나 현재 공부하는 처지와 연결하는 주제들을 찾아내어 질문하고 생각하며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컴퓨터에 앉아 피드백을 하기 전에 다섯 번 정도는 읽어본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이 제대로 내게 전해져야 나의 피드백도 진실할 것이다.
학생들의 질문이 가장 많았던 두 부분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다. 부교재를 앞으로 읽어 나가며 그룹 논의를 하면 더욱 깊은 이해를 하게 될 테니까 선생이라고 해서 다 시시콜콜 설명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성우는 무엇이다'라는 가치판단보다는 '무엇도 성우이다'라는 문제 제기로부터 다가가는 귀납적 접근이 풍부한 가능성과 가치를 생산한다(p.20).
하나로 한계 지을 때 어떤 현상이 있을까 생각해 보도록 했다. 그리고 반대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성우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도록 주문하면서 자신의 직업이나 진로를 다시 대입시켜 상상해 보도록 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의 그 쾌감의 환호가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
나는 회계사라는 직업의 예를 들었다. 회계사는 숫자만 다루기 때문에 언어나 다른 분야와의 연계는 필요 없다고 단언적으로 메시지를 준 학생을 향한 공개 피드백이기도 했다.
숫자만 다룬다는 한계를 가지면 그것에 매몰되어 숫자와 관계하는 다른 가능성들을 무시하게 된다. 회계사의 숫자는 그것을 마주할 사람들과의 소통이며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은 소통 대상의 숫자, 태도, 시간, 공간 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므로 회계사의 밖의 시선에서 회계사와 숫자를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주고 학생들이 자신의 처지에 맞게 잘 응용하는지 기다리면 된다. 그런 때 학생과 선생과의 사이에는 어떤 물길이 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철학, 미술, 음악, 건축, 문학 등이 내게 말을 걸어왔고 그들의 언어는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성우언어를 해독하는 데 적합한 도구와 예술적 영감이 되었다(p.21-22).
이 부분은 나중에 '꿈꾸는 낭송 공작소' 4장의 한 장면과 연결하여 생각할 여지를 주도록 할 예정이다. 나는 '꿈꾸는 낭송 공작소'를 성우의 언어의 다정한 주석본으로 쓰고 있다.
p.98, 꿈꾸는 낭송 공장소 (이숲오, 2023, 문학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