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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n 04. 2024

남는 게 없는 나무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 by 쉘 실버스타인 - 아이가 '배운 점'

1964년 초판으로 나와 지금도 사랑받는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는 내가 좋아하는 특이한 작가, 쉘 실버스타인이 썼다. 가끔 아이들과 책의 뒤 편 영어 원문을 함께 낭독을 하기도 한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막, 아낌없이 다 주면은 자기도 남는 게 없다는 걸 알았어요. 느낀 점은... 음... 나무가 불쌍해요.'


최근 한 아이의 책후기를 보며 생각이 많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요즘 세상에 저런 나무가 얼마나 바보같아 보일까. 


나의 영어교실에는 일주일간 읽은 한국어 책을 요약 발표하며 배운 점, 느낀 점을 영상으로 업로드하는 과제가 있다. 왜 영어를 배우는 곳에서 한국어 책 읽는 과제를 주는지 의아해하는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기도 한다.


외국어는 모국어 이상의 구사 능력과 감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외국어 습득 이론에서 가르치는 핵심 중 하나다. '크라셴의 읽기 혁명(The Power of Reading, 2013, 르네상스)'의 저자인 스티븐 크라셴(Steven Krashen)도 이 점을 분명히 한다. 모국어를 통한 세상의 지식과 감성은 외국어를 배우는 비옥한 대지이다.


초등학교 3-4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 '는 초등 고학년 읽어도 중학생이 읽어도 비슷한 후기가 많다. 왜 주기만 하는 거야. 혼자 읽고 혼자 느끼기보다 누군가 같이 읽고 서로 맞대고 이야기하며 경험과 감성을 나누면 좋겠다. 


받기만 하고 받고만 싶은 세상에 '준다'는 것의 큰 가치는 물리적인 것들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엄마가 되어서야 이 책을 이해했다는 인터넷 서점의 한 줄 평을 읽으며 이 엄마가 어떤 방식으로 '준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을지 상상해 본다.


나는 1990년 인쇄본을 가지고 있다. 개정판이 나와도 역자가 몇몇 바뀌어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평생 이 책을 끌어안고 살면서 그 가치를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며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평생 과제다.


오늘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ss)' 원문을 아이들과 같이 낭독해야겠다. 


우리 삶의 우연한 시작, 그리고 기대하고 소망하는 그 끝에 대한 이야기다.


Once there was a tree...
... And the tree was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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