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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Oct 25. 2024

[문장의 빛] 결백한 사랑 by 지운

번역은 반역, 가슴을 태운 작품을 향한 번역행동학

순수한 마음

결백한 사랑

빛나는 문장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울렁이기만 하는 그것들, 웅크리고 앉아 갈망하던 그곳에 갈 수 있을까 매번 좌절하며 그래도 그래도, 그 미련들이 떠나가지 않았습니다. 그 실체를 도대체 알 수도 없으면서요.


저의 지난 글들이 돌아 앉지 않고 계속 살펴달라고 하는 것만 같았어요. 미진한 내팽개침의 앙금들이 저를 계속 노려보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글은 쓰지만 허전함과 미련이 항상 주저하며 따라왔습니다.


그러다 지운 작가님의 '결백한 사랑'이 제게 왔습니다. '지나간 글에 미련이 많다.'에서 가슴 한가운데에 불이 붙는 것 같았어요. 손을 떨며 연신 흔들리는 눈으로 작가님의 글을 옮겼어요.


한 단어씩 한 문장씩 한 의미씩 미련씩 커다란 결백과 깊은 마음을 제가 사는 방식으로 안았습니다. 미친 듯이 집중하며 뜨거워져 마친 초벌 번역 후 다 타버릴 것 같아 한동안 드러누었습니다. 아, 눈물도요.


작가님께 허락을 구하는 댓글 하고 많이 떨었어요. 떠오르면 바로 사고 치는 제 행동의 무모함으로 무례와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누추하게 꾸리는 제 삶의 방식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백한 사랑

Innocent Love

- Twinkling Sentences

by 지운


지나간 글에 미련이 많다.

Tons of regrets have remained in what I wrote.


마뜩잖은 표현을 두고 자꾸만 돌아본다. 매만진다.

I've looked back on the insufficient phrases, smoothing them down.


마치 이건 명분 없는 결벽과 강박의 중간 어디쯤 인지도 모르겠다.

This may be somewhere between baseless fastidiousness and obsession.


여기에서 미련이란 스스로의 글이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과 동시에 마땅한 최선 역시 찾지 못한 미로 속 교집합과 같다.

The regrets, that is, seem to be an intersection in a maze where the appropriate bests do not meet, leaving a heart dissatisfied with its own writing.


사랑도 그러했던가, 생각해 보면 아니다.

Was the love that way? Far from it, after thinking back on it.


유독 글에 연연하는 나는 표 나지 않는 정돈처럼 지난 글을 곧잘 붙들고 뜯어본다.

I, utterly clinging to writing, look closely at every corner of my past work, which looks like an unnoticed arrangement.


어떤 날은 사랑하고, 대개는 채워지지 않는 그런 마음.

On some days, I love it, and on other days, I feel unfulfilled.


순전히 개인의 만족이자 지난한 버릇인 셈이다.

Merely, it's my own self-satisfaction and tedious habit.


그래도 기어이 손을 댄 표현을 눈으로 읽고, 입으로도 한 번 더 소리 내어 읽으며 생각한다.

Even so, I ponder over the phrases, reading those I have chosen and articulating them once more with my own lips.


빛나는 표현에 대해 생각한다.

I think of radiant expressions.


학창 시절 책 가까이 읽고 쓰기를 즐기던 나의 문장에 스스로 반하던 때가 있었다.

Once, I used to lose myself in my sentences, enjoying reading and writing during my school days.


그것은 담백하고도 신선했다.

It was simple and fresh.


양질의 사랑을 받아 윤이 나는 그것을 두고 또 보았다.

Again and again, I read and reread what glistens, dearly loved.


최근 일련의 글에 있어 대안을 구하지 못한 나는 이 미련이 부끄러운 나를 재촉하는 양심인 것만 같다.

Since I haven't recently found any alternative to a series of my old writings, these regrets are likely the conscience that pushes me toward shame in my view.


작가의 정신 역시 꾸준히 읽고 쓰는 지속에 있듯 그것은 자신의 경지와는 별개의 꾸준한 사랑이자 정성일 터.

As the spirit of a writer lies in persistent reading and writing, it is a continuous love and heart, regardless of the level of expertise.


읽기에 소홀해졌고, 쓰기마저 둔탁해진 내가 생각한다.

I feel neglected in reading, and even my writing has grown dull.


더 이상 사랑이 마르지 않도록 자주 읽고 보아야겠다고.

I should read frequently so as not to let the love dry out.


결백한 사랑을 거두기 위해 보다 꾸준해져야겠다고.

I ought to persevere more, to make that innocent love real.


빛나는 문장을 위해, 결백한 마음을 위해 오늘의 나는 좀 더 고단해져야 할 것만 같다.

For glittering sentences and a pure mind, it seems I must take more pains today.



가만히 소리 내 읽어 봅니다.

다시 뜨거워지는 가슴이 마음의 우물을 퍼 올립니다.

지운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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