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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Nov 10. 2024

낭송의 품위

2024 김종철 詩 낭송대회

삶의 철학이 가득한 詩가 줄 수 있는 감동을 가장 품위 있게 전하는 곳에 다녀왔다.


나는 2023년 꿈꾸는 낭송 공작소를 거쳐 소설 속 노인과 소년이 주고받던 시와 낭송에 대한 철학에 입문했다. 거기서 이어진 것이 詩 낭송대회였지만 김종철 시전집을 한 페이지씩 펼쳐보는 순간 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알았다. 깊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그 끝까지 생각하고 공감하고 시간을 내주어야 김종철의 시를 읽을 수 있었다.


작년 대회 참가자들이 낭송했던 詩들 중 내 귀에 남아있는 여운부터 해결해야 했다. 삶의 무거운 단면이 드러나고 어둠 속에 침잠하는 일이 많았다. 하나의 인생이 통째로 들어있는 것 같은 詩 한편 한편에 자신의 삶을 담아가며 그 감성을 전하는 시낭송가는 사실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시를 지은 사람의 상황에 골몰하고 그때의 감성을 고증해야 하는 줄로 알고 있었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도 그렇게 배우며 그 시인의 심정을 복제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런 암송에 질려 할 수 있는 한 빨리 詩를 떼어냈던 것 같다.


2023년 김종철 詩 낭송대회가 내게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면 올해 대회는 귀를 좀 더 크게 만들어 주었다.



지난 대회가 기쁜 설렘이었다면 올해는 게 더 진심으로 집중하며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작년에는 동행이 있어 함께 분위기를 나누었다면 이번에는 오롯이 나 혼자 대회 참가자들이 선택한 김종철의 詩에 한껏 빠질 수 있었다.  


간간이 김종철의 시를 읽으며 곱씹어보던 시간들이 다시 대회 참가자들의 소리와 연결되었다. 그들의 삶이 들리는 것 같았다. 같은 시어라도 시낭송가들의 감성은 전하는 속도나 힘이 모두 달라 저마다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꼈다.


오늘이 강직한 그날이거나 슬픔을 이겨낸 그날이거나 앞으로 가야 할 그날이었다. 똑같은 제목의 시가 낭송가마다 다른 감성으로 내게 왔다.

  

이 대회 본선에 오르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가 세 개라는 데 놀랐다. 얼마나 깊이 있게 자신을 들여다보았을까. 얼마나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는 여전히 김종철의  깊고 힘겹다. 하나의 시를 읽고 나서 며칠을 거기서 헤매며 머물러 있곤 한다. '떠남에 대하여, ' '오늘이 그날이다, ' '조선간장, ' '칼국수, ' '고백성사, ' '떠도는 섬, ' '못에 관한 명상들' 그 외에도 여러 시들이 그랬다. 하지만 내가 많이 머물렀던 시일수록 시 낭송가의 소리와 마음이 또렷한 울림으로 가슴에 다다랐다.


시 낭송가들의 삶을 들었다. 네 명의 결선 진출자 중  낭송가 자신의 아픔과 통증을 시낭송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며 목소리가 떨릴 때 내 눈도 같이 뜨거워졌다. 포기할 뻔했던 대회를 꿋꿋이 준비하며 이겨낸 시간들, 시의 깊이와 감성을 아버지를 떠올리며 다져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놀랐다.

 

이렇게 깊은 철학을 담은 김종철의 를 관통하면서 엄청난 고민과 고뇌를 지나 때론 눈물을 담아가며 자신의 삶을 피워내고 있었다.


들리는 낭송으로 가는 길, 반복되는 소음 같은 복제된 시낭송에서, 서로 나누며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소통의 시낭송 시대로 가야 한다는 이숲오 대회위원장의 말을 담아둔다.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아름다운 장, 2024 김종철  낭송대회의 막이 내렸다.


조금 더 진중한 눈과 마음으로 김종철의  꾸준히 마주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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