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희서는 신음 소리를 내며 너무 뜨거운 통증이라 생각했다.
뜯겨진 노트 표지를 고쳐주려다 제본한 철 스프링의 끝이 예리하게 손가락을 지나며 살을 찢었다. 아이에게 친절을 베풀려는 좋은 의도였지만 실패로 돌아가 버렸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힘 조절이 필요한 순간들에 갑자기 힘을 포기해 버리곤 하는 이상한 습관에 절망하며 탄식하곤 했다.
허공에 내리그은 예리한 칼날의 잔상 같은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로 희서의 인생 전체가 한꺼번에 발기발기 찢어져내리는 통증을 느꼈다. 6년전의 기억이 떨어지는 핏방울과 겹치며 온 몸을 떨게 했다.
아무런 색깔 없이 벌어지는 살점을 그저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히려 밝게 빛나며 꽃봉오리가 열리는 순간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6년 전 그땐 결코 그렇지 않았다. 생명이 사라지고 있었던 그 때를 잊을 수 없었다.
찰나의 예리한 고통이 희서 인생 전체를 점령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 희서의 유전자가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상처의 고리 안에 갇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막함이 악마처럼 빠른 어둠으로 희서의 목을 조여왔다. 숨을 크게 내 쉬었다.
어느 오월쯤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상처의 따끔거림을 봉합할 새도 없이 무감각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나쁜 습관이 다시 도졌다. 뚝뚝 떨어지는 피는 거즈를 대면 그뿐이지만, 그 오월, 희서가 감당해야 할 그 상처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뜯어지듯 파쇄되어 깊이 패어버린 상처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찢어진 세포 안의 선명한 붉은 방울이 아래로 계속 툭툭 떨어졌다. 작고 끈적한 퍼짐을 바라보며 상처 꼭지마다 튀어 오르는 압력에 목이 막히는 것 같았다. 왼손으로 목을 감쌌다. 입속이 마르며 자꾸 초조해진다. 어서 어떻게든 해봐야 하는데 혼자 허둥지둥이다.
'하아...'
속도를 내는 빨간색 확산의 광경에 빠져들던 희서는 이내 현실로 돌아오라는 굉음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선생님, 손가락에 피나요!"
희서의 뜨거움이 시작된 오월로 되돌아가는 순간이 저 멀리 하얗게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커다란 밴드를 얼른 손가락에 칭칭 감고 수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