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Sep 03. 2023

[책]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내 일상

퍽 아름다운 행복의 퍼즐을 맞춰 보세요

별빛 같은 정원을 가진 작은 책방 이름이 'Starry Garden'입니다. 사랑스러운 표지만큼 예쁜 우리들의 순간들이 새롭게 기억납니다. 힘이 납니다.


책 방 앞에서 쑥스러운 듯 손을 들고 미소 짓는 작가님, 제가 악수 청해요.

책이 출간되기 전에 마음에 담아 두었던 책이에요. 브런치에 오자마자 남편에게 선물해야지 하고 점찍어둔 책이죠. 남편의 하루하루가 별처럼 빛나기를 바라면서요. 제가 사는 순간을 빛내주는데 온 힘을 다해 온 남편에게 당신의 순간도 내겐 빛이에요, 말해주고 싶었어요.


책의 소제목인 '삶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당신에게'를 읽으며 남편 생각이 나면서 겁도 났어요. 저만 재미있게 살아온 거 같은 죄책감이라고나 할까요.


드디어 남편을 지나 딸아이가 읽고 우리 가족 셋이서 북토크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다양한 향기


목차만 둘러봐도 아, 세심한 순간에 집중하게 합니다. 작가님의 순간들일텐데도 우리가 마주하는 지나온 순간이기도 합니다. 가족, 시장, 주변, 그리고 독립서점을 손잡고 다니며 우리 가족은 웃고 떠들며 다시 읽으며 즐거웠습니다.


남편과 아이는 소중한 순간들을 세심한 눈으로 놓치지 않고 포착해 내는 작가를 놀랍게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읽는 내내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 그래, 맞아, 나도 그랬어. 공감의 교차가 많아지면서 행복하게 수놓은 저의 순간들이 같이 깨어납니다.


눈을 꽤 오래 감고서 그 순간에 몰입해 봅니다. 독서가 입체로 다가와 우리 삶을 채우는 이런 시간을 좋아합니다.


우리 가족이 만났던 순간들


남편이 뽑은 베스트는 가족 편에서 '자식에게 전화할 때 부모는 용기가 필요하단다(p.31)',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p.58)', '주변 편에서 저축한 신뢰를 쓰는 중(p.130)'입니다.


고등학교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가 그의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제게 뚝 떨어져 제 사람이 된 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잘 있나? 아라따, 드가라, 이게 다인 어머님의 전화에 남편이 울컥하는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다시 읽은 저의 느낌에 남편은 참 건조합니다. '아, 울 엄마 맞구나' 그렇다네요? 아유, 참!


가족과 있는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라는 메시지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셋이 같이 모이는 식탁에서는 휴대전화를 눈에 보이지 않게 해 두고 대화에 집중하거든요. 그게 규칙입니다.


저축한 신뢰라는 말이 무한 신뢰입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의 신뢰가 사람을 만듭니다. 사회를 만듭니다. 거기에 일조하는 남편, 신뢰가 중요하다 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당신을 신뢰합니다.


딸아이기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장편의 '용인 시장 호떡집 사장님이 중얼거리는 이유(p.92)'와 '가끔은 길을 잃어도 좋다(p.153)'입니다. 호떡 사장님의 무한 긍정에너지를 길 잃은 상상력으로 끌어다가 딸아이가 작품을 만들 날을 꿈꿉니다. 예술가인 아이는 길을 잃고 더 아름다워지겠지요.


저는 64개의 이야기 중에서 아버지의 담배 피우시는 모습을 세밀화로 담은 '아버지는 왜 담배를 피우실까?(p.23)과 '그대는 누구의 우산입니까?(p.56), ' '그녀가 초코 라테와 초코 마들렌을 주문하는 이유(p.165)'를 뽑았습니다.


거친 삶으로 가장을 짊어지신 아버지의 잊은 호흡이 담배 연기 밖으로 조심히 보내는 호흡으로 비유될 때 한쪽 가슴이 저렸습니다. 돌아가신 저의 아버지의 담배 연기가 무겁게 지나가는 지점이었어요. 이렇게 저는 과거를 끌어다가 현재를 살면서 다시 한번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한 가수의 노래 속 가사로, 자신이 누군가를 씌워 주고만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작가 자신도 누군가의 우산을 쓰고 살아간다는 말이 깊습니다. 제게 다가와 저~기요하면서 길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로 가겠습니다.


커피문고, 제가 길을 잃고 우울할 때 그 카페를 무작정 찾아갈 것 같습니다. 그때 초코 라테와 마들렌을 주문할게요. 아픈 상처를 뜨겁게 치유하겠습니다. 제 안의 진짜 저를 찾으며 말이죠.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그 책의 한 부분이 스르르 무너져 내려 제 인생이 됩니다. 이번에는 저희 가족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은 조각들을 잘 녹이고 맞추어 제게 남은 시간들 꼭꼭 채우도록 하겠습니다.


@Starry Garden, 권규태 작가님,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