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희 Oct 07. 2016

노골적인 진실이 필요한 순간

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얼마 전 읽은 단편소설 <봄밤>의 첫 문장이다. 최근 읽은 단편 중 가장 지독하게도 슬픈 사랑이야기며 권여선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첫 작품이다. 소설집 제목에서는 귀여운 분위기가, 첫 소설 제목에서는 서정적인 인상이 강하게 느껴져서 어떤 준비 태세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출근길 버스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10분 만에 내 눈에는 물이 고여만 가는데...


어딘가를 갈 때 힘든 여행일거라고 생각하고 출발하면 덜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


소설집에 대한 리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하기로 하고, 이 우울함이 주는 위로가 새삼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기록을 해야겠다. 갑작스레 마주하는 놀라운 사건에 허덕이는 시간, 또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만성적인 권태. 이 극단을 두고 셀 수 없는 단계를 왔다 갔다 하는 우울한 감정에 꼭 맞는 위로는 자주 경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가장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읽으며 딱 맞는 위로를 경험했다. 그런 놀라움과 권태의 시간들에는 노골적인 진실이 필요하다. 바로 저런 것. 

산다는 게 원래 끔찍한 거구나. 하는 인정은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행불행을 재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인생이라는 게 내가 감히 계획한 대로 흘러갈 리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나를 우울감에서 조금이나마 빠져나오게 만들어 준다. 우울에 우울을 더하면, 신기하게도 거기에서 빠져나올 힘이 될 때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거의 편견에 고마워지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