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손을 보면서
봄이 손가락이 산낙지처럼 갈 데 모르고 대책 없이 꼼지락거린다. 두 주먹을 꼭 쥐고 손을 펴지 못 하던 시절을 지나, 손가락 사용을 배우는 시기가 됐다. 그러면서 뭔가를 움켜쥐는 것까지 익히는 중이다. 주먹을 처음 빨기 시작한 때로부터 약 두 달쯤 지난 것 같다. 이젠 손가락이 제법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이 예측 불가다. 주로 입에 손을 넣으려고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 자기 의도대로 정확히 되지는 않아서 짜증을 낸다. 콧구멍에 들어가기도 하고, 네다섯개를 한번에 고 작은 입에 욱여넣기도 한다. 그러고는 깊이 조절이 안 됐는지 우웩 하고 욕지기를 한다. 눈을 찌르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뜯기도 한다. 움켜쥐는 것도 익숙치 않아서 애먼 데를 꼬집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사진처럼 손등 가죽을 잡혔을 때 꽤나 아팠다.
요즘 자기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도 늘었다. 손을 눈 앞으로 가져와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백일 파티에 산 헬륨 풍선의 끈을 쥐어주면, 손에 잡은 그 끈과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러고서는 두 가지가 연관이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끈을 열심히 잡아 당긴다. 풍선이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면 끈을 잡아 당겨 내린다. 풍선이 실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데 끈이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안다기 보다, 풍선이 올라갈 때 느껴지는 팽팽한 느낌을 알고 당기는 것 같다. 파티 장식용으로 산 건데 아기 장난감으로 2주를 더 썼다. 파티 풍선 리뷰에 “아기 장난감으로 잘썼다”는 리뷰가 있었는데, 그땐 몰랐다. 파티는 없지만 파티 풍선을 아기 장난감용으로 그냥 하나 더 주문할까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너무 잘 가지고 놀았다.
작은 인형이나 딸랑이를 손에 갖다 대면 손가락을 서툰 솜씨로 손을 펼쳐 잡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잘 펴지지 않는다. 폈다 쥐는 동작이 안 되니 잡아지지도 않는다. 서툴게 꼼지락 거리는 게 얼핏 무슨 수신호같기도 하고 바다생물 같기도 하다. 이세계물 중에 아기로 태어나는 이야기 장르가 있는데, 우리부부도 그 레퍼토리로 장난을 치곤 했다. “다른 세계에서 온 거면 눈을 두 번 깜빡거려라”라고 한다든지. 손도 역시… 누군가에게 “나 여기 있다”고 보내는 수신호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얘길 하면서 놀게 된다.
손을 펼치는 게 서툴어, 내가 아기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를 비집어 일부러 인형이나 딸랑이를 쥐어주면 그걸 꽉 움켜쥐고 입으로 가져간다. 하지만 입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입은 벌써 낼름낼름하는데 손에 든 물건은 입 근처 얼굴에 콩 찧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입에 들어가도 얼마 못 간다. 정확히 조준해 그 행동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모양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나오다 만 재채기 같은지 모른다. 저절로 진심을 다해 응원하게 된다.
뭐든지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한번에 잘되면 좋겠지만 그런 요행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번 해보고 실패해도 다시 해봐야 잘하게 된다. 아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아기는 욕지기를 하든, 짜증이 나든, 눈을 찌르든, 손에 수천 번 침을 묻히고 나서야 사람답게 손을 쓸 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대책없이 꿈틀대는 시간을 보내야 성장한다. 요샌 목과 등에 힘이 생겨서 엎드려 놓으면 한참 상체를 세우고 있는데, 자세가 안정적이지 못해 넘어질듯 흔들거린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보내야 기어다니고, 걸어다니고, 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참 조바심을 많이 냈다. 나의 이상은 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적었다. 사회 초년생 때는 능력도 별로 안 되면서 잘하고 싶기만 해서 흑역사 양산을 해댔던 것 같다. 바로 지난해에도, 내 생각대로,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 것들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앓아눕기도 했다. 잘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아 속상한 것이다. 그런데 잘하려면 반복적으로 부딪히고 좌절하고 조금씩 성공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당장 잘되지 않는다고 힘들어하기보다 경험하고 실패하며 배워나가는 시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다 보면 원하는 미래가 오기도 한다.
이렇게 스스로 성장하는 일에는 꼭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왼쪽 손가락 네 개와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한꺼번에 입에 집어 넣으며 힘들어하는 나의 아기를 보면서… 배우는 요즘이다. 아기는 치열한데 나는 그 서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귀엽다고 웃어대서 좀 미안하다. 적당히 웃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