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은 모르고 지금만 알 뿐

지금의 나를 잘 안다면 내 항해는 어디로 나아가든 값질 것이다

by 희움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자꾸 예측하려 한다. 심지어는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도 예측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현재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임을 바라는 미래를 떠올리는 건 인간의 어떤 자기방어기제나 본능인 것일까.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매번 느끼는 건, 나는 미래를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주어지는 것을 현재로 받아들일 줄 아는 순간, 비로소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어제 오랜만에 나에게 작은 쉼을 주면서, 스스로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내가 대견했다. 최근 몇 년간 안정감을 갈구하던 나.. 생각보다 즐겜러였잖아? 라는 생각에 스스로가 웃겼다. 표류인지 항해인지를 하고 있는 내 모든 상황이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것마냥 내려다보이면서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라는 생각에 약간의 아드레날린이 끓어올랐다.


상당히 오랜만의 대면 면접이라, 긴장된 상태로 세 번의 면접을 연달아 보았는데, 오히려 면접을 보는 동안 그리고 끝난 직후 든 생각은 너무 재밌다! 였다. 그들이 나에 대해,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해 나도 깊게 생각해보고 솔직하고 에너지 있게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너무 재밌었다. 물론, 아 이건 이렇게 말했어야 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질문도 있긴 하고 결과를 알 수 없으니 불안감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면접관과 내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아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회사도 지원자를 파악하고 지원자랑 잘 맞는지를 보지만, 지원자도 회사가 자신과 잘 맞는지를 서로 보는 과정이라는 말도 양측 면접에서 모두 들은 이야기인데, 간절한 신입 지원자 입장만 기억하고 있다가 그 말을 들으니 아 이게 경력 지원자가 가질 수 있는 여유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이건 지금의 나와 맞는 조직을 고르는 과정이다. 거래처 팀장님도 본인은 11개의 회사를 거쳐왔고, 요즘도 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보고 다른 회사는 어떤지 보기 위해 이력서 쓰기와 면접 보기가 취미라고 하지 않았나.


한국 직장인 5년차로서는 (비교적) 드문, 대기업 신입공채 입사에 글로벌 APAC 지사 이직에 1인 창업 같은 업무에 갑작스러운 레이오프까지, 아주 귀한 커리어 경험과 여러 교훈과 마인드셋을 얻었으니 몇 년 뒤에 커리어 코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책을 낸다면 제목은 이렇게 하련다- “회사는 당신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나를 책임지는 건 나 자신이고, 지금의 나를 잘 안다면 내 항해는 어디로 나아가든 값질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터너의 <폴리페모스를 비웃는 율리시스(Ulysses Deriding Polyphemus)-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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