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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Oct 20. 2023

마무리를 발리밸리와 함께

결국은 걸려버렸다. 



어젠 내가 컨디션이 별로였는데, 오늘은 남편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새벽에 감기약을 먹는 소리를 듣고는 아프냐 했더니, 오한이 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컨디션이 영 별로 인 듯했다. 더웠다, 추웠다 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그러더니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셋은 괜찮은데, 혼자 탈이 나 버렸다. 먹은 음식이 다 같은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의문이다.


 한국에서 처방받아 온 장염약을 먹고, 혹시 현지약이 더 나을까 싶어서 가이드에게 약을 부탁했다. 남편은 아침도 먹지 않고, 화장실만 왔다 갔다 했다. 잘 넘어가나 했는데, 발리를 떠나는 날 발리밸리에 걸리다니!

 숙소를 이동하면서 근처의 병원에 갈까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서 약만 먹었으나, 생각해 보면 병원에 가서 이야기하고 링거를 맞거나 주사를 맞는 게 더 빠른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가 밤이어서, 꾸따 비치 근처에 한나절 머무를 숙소를 잡았다. 비치워크 쇼핑몰 안에 있는 숙소여서 위치가 아주 좋았다. 마지막 쇼핑도 할 수 있고, 마지막 노을을 볼 수도 있는 탁월한 위치였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나섰다. 남편이 상태가 좋지 않아 멀리 나가지 않고 쇼핑몰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모두 맥주를 마시는데, 술을 제일 좋아하는 남편은 재스민차로 발리 여행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식사 주문을 할 때만 해도 주변 상점들을 같이 둘러볼 것처럼 이야기 하더니, 몸이 영 안 좋은지 숙소에서 쉬고 있겠다 하며 혼자 숙소로 돌아갔다.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공감해 주고 함께 좋아해 줄 사람이 없어지자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마지막 밤이라는 것이 또 아쉬워, 부지런하게 상점들을 들어가 본다. 피퍼 쪼리 대신, 인도솔 쪼리를 하나 구입했다. 폐타이어로 만든 친환경 브랜드라고 했다. 착화감도 좋았다. 푹신푹신했다. 쇼핑몰을 나와 동네를 한 바퀴 크게 쭉 돌았다. 오늘은 자석을 꼭 사야먄 했다. 부지런히 흥정해서 자석한개와 병따개 한 개를 5천 원에 구입했다. 클럽 거리를 지나, 차 안에서 봐 두었던 하와이안셔츠를 파는 가게도 구경하며 길을 계속 걸었다.



선셋 맛집, 발리.




 길 끝에 노을 지는 해변이 보였다. 낭만적이었다. 해지는 그 순간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했다. 여행지 마지막 날의 저녁노을을 보는 그 순간 남편이 곁에 없어서, 같이 그 아름다움을 함께 하지 못해서 조금 슬펐다.

 손톱달과 그 달 위로 그어진 비행기 선, 노을을 보는 연인들과 가족들의 실루엣을 뒤로하고 마지막 일정인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부탁받은 소스들과 봐 두었던 살 것들을 부지런히 카트에 담았다. 많이 샀다고 샀는데, 돌아와서 보니 이렇게 부족할 수가 없다.


 남편은 두 시간 정도 잤다고 했다. 딱히 나아지진 않은 듯했다. 아르가 오기까지 1시간 정도 남아, 끈적해진 몸을 씻어내곤, 짐을 새로 싸고 정말로 떠날 채비를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아르와 인사를 하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덕분에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을 했다. 다음에 발리에 오게 된다면 무조건 아르에게 다시 예약을 할 생각이다.


 첫 발리여행, 긴 휴가기간이었음에도 짧았다. 일주일로는 발리 여행은 턱없이 부족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다시 찾는 여행지 인지, 왜 한달살이, 1년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여행지인지 온몸으로 느꼈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 풍부한 즐길거리 (난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지만).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자, 애옹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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