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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풀 Oct 20. 2023

오늘은 스노클링이다!


물 좋아파들과 함께하는 강제 액티비티.

오늘은 스노클링이다!

발리에 도착하고 에어비앤비 수영장에서 맹연습을 했는데,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인가. 긴장되고도 설레었다.


우붓에서 스노클링이 가능한 블루라군 까지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린다. 예약 당시, 아르에게 스노클링 투어+ 추천 관광지 한 곳을 가고 싶다고 미리 이야기를 했다. 약속 시간 9시에 맞춰 리조트 앞으로 온 아르의 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오늘도 가는 내내 차 안에선 질문과 답변의 시간이 이어졌다. 발리는 땅 값이 얼마인가요? 외국인도 살 수 있나요? 실례지만 자녀가 있으신가요? 저기 바깥의 학생이 입은 옷은 교복인가요? 등등. 이야기하다 보니 오른편으로 바다가 보였다. 바다 너머 보이는 섬은 누사페니다. 관광객들이 정말 많이 가는 섬이라고 했다. 그간 카페를 많이 방문한 덕에 아르가 이야기해 주는 여러 지역들을 ‘알아들을 ‘ 수는 있었다. 들어가기 까지가 오래 걸리지만, 그 섬안에 들어가면 정말 여유롭게 휴양할 수 있다고 봤다. 짧은 휴가 밖에 쓸 수 없는 한국 직장인들에겐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다.


 조금 더 달려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차들도 많아지고 사람들도 많아졌다. 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이 있는 곳이었다. 발리 와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처음 봤다. 아주 빽빽하게, 배들 타기 위해 줄 서 있었다. 아,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선 저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구나.

 선착장을 스쳐지나 한 식당 앞에 정차했다.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을 함께 하는 식당이었다. 한국에서 챙겨 온 멀미약을 마시며 사장님께서 해주시는 스노클링 스폿과 시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배 타고 10분쯤 들어가서 두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스노클과 오리발, 구명조끼를 빌려 입고는 보트를 타러 갔다. 물 색이 말이 안 되었다. 정말 에메랄드 색이다. 베이지 색 모래와 에메랄드 색 바다. 눈이 부셨다.


사진에 색이 다 담기지 않아 아쉽다.





 보트를 타고 안 쪽으로, 안 쪽으로.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이동했다. 스노클링 스폿으로 이동하는 그 10분에 멀미를 할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 멀미약을 먹지 않았으면 고생했을 것 같았다. 보트들이 모여있는 곳에 우리 보트도 멈춰 섰다. 스노클링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리발을 신었다. 보트에 걸터앉아 바다로 뛰어내려야 하는데, 아 이것부터 도전이었다. 설명을 들을 때 “나 수영 못해!” 외쳤던 터라, 내가 뛰어내리지 못하자 가이드가 “구명조끼 입어서 괜찮아! 하나, 둘, 셋! 에 점프해.” 하며 손을 잡아 주었다.

 점프하고 바다로 풍덩 빠지는 순간 눈을 꼭 감았다. 꼬르륵 물소리가 들리며 바닷속에 잠시 들어갔다가, 구명조끼 덕에 둥실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런 바다 한가운데는 처음이라 아주 많이 긴장되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몸이 굳어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옆 사람을 잡지 않고 있으면 꼭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가이드는 튜브를 던져 주었고, 나는 그것이 내 목숨 줄이라도 되는 듯이 손을 찰싹 붙이곤 헤엄쳤다. 마스크에는 습기가 가득했고, 설상가상 마스크를 꽉 조이지 않았는지 물이 조금씩 흘러 들어와 공포를 더 가중시켰다. 튜브에서 손을 떼는 것이 무서워서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쓸 수도 없었다. 모두의 도움을 받아 마스크를 재 정비 했으나, 물 속이어서 그것도 잘 되지 않았다. 아주 잠깐씩 고개를 숙여 바닷속을 바라봤다. 물고기가 너무 많았다. 크고 작은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가이드가 물병 속 식빵 부스러기를 뿌려주자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우와! 우와아!” 하는 탄성을 내뱉는 것뿐이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5천 원짜리 방수팩으로 동영상도 많이 찍었다




 산호는 생각보다 회색이었고, 물고기는 형광이어서 신기했다.  내가 이 바다에 떠서,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그 현실이 믿기질 않았다. 산호초들 사이의 니모도 봤다. 아주 작고 귀여웠다.

 첫 번째 스폿을 둘러보곤 다시 보트로 돌아갔다. 가이드가 가지고 있는 습기 제거제로 모두 다 마스크를 닦아냈다. 두 번째 스폿을 들어가기 전엔 마스크를 아주 단단히 조였다. 이번엔 보트에서 뛰어내리는 게 아까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튜브 없이는 아직 무리다. 이번 스폿은 아까 보다 더 깊고, 물살도 더 셌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마음이 편해져 조금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엔 고개를 거의 들지 않았다. 마스크로 물이 들어오지 않았고, 습기도 차지 않았다. 물속에서 유영하는 외국인들을 봤다. 그들은 구명조끼도 없이 깊이 잠수하며 산호초 가까이로 내려갔다. 자유로워 보였다. 수영할 줄 알면 되게 재밌었겠다, 싶었다. 똑같은 풍경이지만 계속 보고 있어도 좋았다. 신기했다. 두 번째는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졌다. 금방 끝나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식당으로 돌아와 간이 샤워실에서 물로 소금기를 씻어내고, 점심식사를 했다. 역시 물놀이 후의 식사여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맑은 바다를 바라보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낮술 한 잔 하는 그 시간이 바로 행복이었다.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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